“변호사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의뢰인에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모두 생각하고, 분쟁을 사전에 막아 줄 수 있도록 자문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상상력은 의뢰인 상황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절대 발휘할 수 없습니다."
지난 27일 아주경제와 만난 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56·변호사시험7회)는 의뢰인에게 맞춤 자문을 할 수 있는 변호사의 역량으로 '상상력'을 꼽았다. 그는 10년간 SBS PD로 각종 화제성 있는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고 퇴사 후 10여 년간은 초록뱀미디어 등에서 제작사 대표를 지내는 등 오랜 시간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업계에 몸담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변호사다.
미디어업계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그가 돌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한 이유는 이 업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법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PD로 일할 때 느낀 게 변호사들이 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한 가지 법적 조언을 얻기 위해 일단 산업을 이해시키는 데 5배나 시간이 더 든다는 것이었다"며 "제가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한 상태이니 로스쿨에 진학해 법을 배우고 나면 법과 미디어 산업을 접목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2015년 로스쿨에 입학해 50세에 늦깎이 변호사가 됐다.
미디어업계, 중처법 적용 반년 앞으로···'면책 요건' 사전에 갖춰야
변호사시험 합격 후 이 대표는 당초 목표대로 미디어업계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태원에 사무실을 마련한 이 대표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관련 자문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 대상이었던 중처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는데, 이 대표는 적용 대상이 될 제작업계가 이에 '무방비'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콘텐츠는 결국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이사가 형사 고소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 콘텐츠 흥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작업중지명령'도 따라오게 되는데 콘텐츠 제작에는 배우, 스태프, 작가 등 여러 명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만약 작업이 중지돼 촬영이 늦어지면 하루하루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중소 제작사들이 중처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대표는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전문 로펌과 힘을 합치기로 했다. 기본적인 중처법 대응 매뉴얼에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업계 특성을 더해 이들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 매뉴얼이 결국은 제작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면책 요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중처법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은 이미 다 갖춰져 있는데 이를 각 산업에 어떻게 적용해 면책 요건을 완벽하게 갖출 것인지는 그 산업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결정한다"며 "미디어 산업은 방송사에서 편성을 해주면 제작사가 하청을 받고, 제작사는 또 미술팀·소품팀 등에 하청을 주는 등 계속되는 하청 구조로 돼 있는데 이러한 업계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그에 맞는 매뉴얼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이해도 바탕으로 '상상력' 발휘···분쟁 가능성 예방에 주력
이 대표는 20년 이상 PD, 제작자, 연출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크리에이티브(창의력)'를 발현하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많은 제작사,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등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자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지켜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뢰인이 앞으로 어떤 분쟁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은 업계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오랜 기간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업계에 몸담으며 알게 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제는 변호사로서 이들이 자유롭게 크리에이티브를 발현하고 그것이 법적 문제 없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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