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기초부터 튼튼하게 데이터 기반 농업 R&D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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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우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장
입력 2023-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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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우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장사진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한민우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장. [사진=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연구는 정말 많은 면에서 요리와 닮아있다. 세상의 모든 요리사가 감자, 쌀, 생고기와 같은 날것의 식재료를 구해서 자기만의 주방으로 가져와 씻고 다듬고 섞고 지지고 볶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세상의 모든 연구자는 다양한 연구 장비들에서 생산되는 날것의 데이터를 자신의 연구실로 가져와 정제하고 서로 결합하고 분석하고 통계 처리를 해 논문이나 분석 모델과 같은 연구 성과물을 만들어 낸다.

요리의 수준을 좌우하는 요소에는 요리사의 능력을 포함해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선하고 깨끗한 식재료의 확보다. 연구에서도 ‘품질’이 담보된 연구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기본일 듯싶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의 연구자라도 기본 데이터에 문제 있다면 좋은 결과를 찾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를 생산‧수집‧정제‧저장하는 작업은 전체 노력의 약 80%를 차지하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은 약 20% 정도 노력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요리 과정에 비유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제육볶음을 만든다면 시장에서 각종 재료를 구입하고 씻고 적당한 크기로 썰고 양념에 재우는 등의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말끔하게 준비된 재료를 불판 위에서 ‘볶아서 그릇에 담는 과정’보다 더 많은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법이다.

지금까지 농업 연구자들은 연구 과제를 진행할 때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구해와서 직접 다듬고 연구실에 있는 개인 PC를 이용해 관리했다. 이는 마치 요리사가 제육볶음을 만들기 위해서 매번 직접 돼지를 도축해 살코기를 잘라 오고, 밭에 가서 채소를 뽑아오고, 이것들을 냉장고도 없는 주방에서 식탁 위에 계속 꺼내두고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요리사는 주방에서 요리에 집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연구자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준비하고 관리하는 과정보다는 데이터의 분석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1000여 명의 내부 연구자에게 연구 데이터의 수집에서 활용까지의 전제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농업R&D 데이터 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리 재료를 잘 챙겨서 매뉴얼과 함께 제공하면 누구든지 기본적인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창의적인 요리도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농업R&D 데이터 지원센터’에서는 연구자를 대신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 현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데이터를 일원화된 수집 체계를 통해 통합적으로 수집‧저장‧전처리‧관리하며 연구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된다. 또한 지원센터에서는 수집하는 데이터의 이상치‧결측치를 모니터링해 연구 현장에서 발생한 장애 사항에 대응하고, 데이터의 표준‧품질 및 메타데이터를 관리한다. 이는 마치 거대한 냉동 창고를 하나 만들어서 요리사들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식재료를 산지 직송으로 수집해 요리사별 주방으로 필요한 재료를 공급해 주는 것과 같다. 즉 요리사가 밭에 가서 채소를 뽑아오지 않아도 깨끗하게 다듬어진 신선한 당근이,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가 손질돼 매일매일 요리사의 주방으로 배달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원센터는 전문인력·기술·장비를 이용해 데이터의 관리 업무를 전담함으로써 연구자에게는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구자마다 개인 PC에 개별적으로 저장·관리해 연구자 본인 외에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연구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지원센터에 한데 모이게 만들고 이렇게 모여진 데이터를 기관 차원의 일관된 관점으로 분류‧변환‧해석‧관리함으로써 외부 기관 및 민간 기업에 개방‧공유하고 연구 데이터를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토대가 돼준다.

앞으로 이와 같은 지원센터가 농업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 영역으로 확대돼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이 향상되고, 모두에게 데이터가 공유돼 다양한 융복합형 연구 및 서비스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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