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노동시장이 견조한 상태를 보이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폭스 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7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1%가 '향후 12개월간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확률은 50% 이하'라고 답했다. 직전 조사인 지난 4월 설문에서는 '경기침체 확률이 50% 이하'라는 응답자가 절반에 그쳤으나, 석 달 사이 2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욱 낮게 본 전문가도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1년간 경기침체 확률이 25% 이하라고 답한 이코노미스트도 4명 중 1명이 넘었다고 NABE는 전했다. 줄리아 코로나도 NABE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비용이 감소하고 임금 상승이 둔화된 것으로 보이면서 경제 전망이 바뀌는 상황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경기침체 우려가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악시오스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최고경영자(CEO) 경제 전망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CEO들이 경기 전망을 평가한 지수는 76을 기록했다. CEO지수가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에 대한 기대를 가르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확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폭스 비즈니스는 "많은 CEO들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경기침체 가능성을 35%로 발표했지만 최근 20%로 낮췄다.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경기침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 도이체방크도 예측을 바꿨다. 매튜 루제티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 상승(전년 동월 대비)을 기록하면서 시장 예측(3.1%)을 하회했다. 반면 미국의 7월 실업률은 3.6%로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고 7월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지표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미국 7월 S&P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을 기록해, 미국 제조업 부문이 시장의 우려보다 천천히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급격한 위축이 아닌 완만한 위축이 진행되는 것이다. BMO 패밀리 오프스의 카롤 슈레프 애널리스트는 "경기 연착륙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물가상승률 2%대)에 다다르지 못한 만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버트 삭킨 시티 그룹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의 큰 변화 없이는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역사적으로 낮은 미국의 실업률이 더 높아져 노동시장이 식어야 한다는 물가가 잡힌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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