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잔고 '221억원' 신고 안 한 사업가…벌금 25억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2023.04.05[사진=유대길 기자 [e-mail]]

해외 계좌 잔고가 10억원 이상인데도 신고하지 않은 기업인에게 거액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외 불법 유출이나 은닉 의도는 없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A씨(74)에게 벌금 25억원을 선고했다.

그는 2016년 1~6월까지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 계좌를 보유하면서 2월 말에는 잔액이 1783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21억원)에 달했으나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제조세조정법은 국내 거주자가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하루라도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금융계좌를 가졌다면 다음 연도 6월에 이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무당국은 지난해 6월 A씨에게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하고 고발했다. 검찰은 A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자 같은 해 8월 약식기소하고 벌금 15억원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약식명령을 발령하는 대신 사건을 정식 공판에 넘겼다.

다만 국제조세조정법은 신고 의무 위반으로 형사 처벌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형이 확정되면 A씨는 과태료 납부 의무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재판부는 "A씨가 국내 자금을 해외로 불법 유출했다거나 의도적으로 이 잔액을 숨기려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벌금형을 받으면 과태료 20억원 납부 의무에서 벗어나는 점을 벌금액 산정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990년대 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패션 관련 제조업체를 창업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