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물류센터 근로자들이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은 폭염시 근로자에 휴게시간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물류센터 및 실내작업장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쿠팡, 물류센터 온도측정·휴게시간 지급 미흡"
이날 토론회에서는 쿠팡 등 물류센터 근로자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실내 작업장에 많으면 수천 명이 근무하고, 불볕더위로 실내 온도가 높아지면 온열질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런도 기업이 현장에서 물류센터 내부 온도 측정과 이에 따른 휴게시간 지급 등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민병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조사 결과 1인 기준 쿠팡물류센터 10곳 중 5곳은 유급 휴게시간이 없었고 5곳은 유급 휴게시간이 10~15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무시간당 유급 휴게시간 10~30분을 부여하는 우정사업본부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시간"이라며 "유급 휴게시간 15분을 지급하는 마켓컬리·다이소 물류센터와 비교해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도 "쿠팡이 지난해 9월 근로자 근로부담 경감 등을 담은 냉방효과 개선 추진계획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물류센터 체감온도 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 지회장은 "매시간 체감온도를 점검하지 않고, 덜 더운 시간대를 기준으로 체감온도를 계산한다"며 "온습도계는 현장 근로자 더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곳에 설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 또는 폭염주의보 발령 시에는 매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 또는 폭염경보 발령 시에는 매시간 15분 이상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정 지회장은 "현장에서 폭염주의보와 경보 관련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법 사각지대' 물류센터…"보호 대상에 넣어야"
전문가들은 물류센터 근로자들이 폭염 시 근로자 보호 제도 사각지대에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물류센터 근로자들까지 보호 대상으로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민애 쿠팡대책위 제도개선TF(태스크포스)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59조가 규정하는 고열작업에 '열경련, 열탈진 또는 열사병 등의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덥고 뜨거운 장소'를 신설해 물류센터를 포괄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559조는 열을 사용하는 작업 혹은 작업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경우를 고열작업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센터처럼 날씨 영향으로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별도로 인정해야 포함될 수 있다"며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2조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봤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2조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 질병 발생 우려가 있을 시 휴식보장 등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다. 근로자가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정하고 있어, 실제 휴식시간 보장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오 변호사는 "사업주가 근로자와 협의해 휴식시간을 정하고, 작업 장소와 휴게공간 거리 등을 고려해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더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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