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8년동안 근무한 콜센터 근로자입니다. 콜센터 근로자들은 하루종일 앉아 끊임없는 전화에 응대하며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법이 규정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가지 못합니다. 과거 한 은행에 근무할 때는 동시에 두 명의 근로자가 화장실에 갈 수 없었고 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콜센터 근로자들이 여성암을 얻어 콜센터를 떠나거나 병가를 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콜센터 근로자 10명 중 4명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앉아서 오래 일해야 하는 업무 특성으로 상지·허리통증과 방광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도한 '콜 경쟁'…점심시간에도 "전화 받아"
콜센터 근로자 10명 중 4명가량이 하루에 점심시간 포함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30분도 채 못 쉬는 근로자는 12%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사용자는 근로자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콜센터 사업장에서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미조직콜센터노동자 618명과 민주노총·한국노총·상급 단체 없는 노조 660명 등 총 1278명을 대상으로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은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근로자들이 과도한 콜 경쟁으로 점심시간에도 편하게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지부장은 "상급자들이 하루동안 더 많은 전화를 받으라고 콜센터 근로자들을 압박해 편하게 점심을 먹지도 못한다"며 "밥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김밥 한 줄로 대충 떼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도 콜센터 근로자가 6개월·1년 단위로 계약해 근무하면서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는 입장이다. 실적 미달이 계약해지 사유가 돼 휴게시간에도 전화를 받으며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콜센터 노동환경이 열악해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한 시간에 10분, 두 시간에 15분 휴게시간을 지급하도록 권고하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사업주 '산업안전보건교육' 소홀
콜센터 근로자들은 직업성 근골격계질환·방광염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콜센터 근로자들은 하루종일 계속 앉아서 근무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직업성 근골격계질환 등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목·어깨·팔·손가락 등 상지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9.7%에 달했다. 응답자 중 66.6%가 허리통증을 경험했고 방광염을 겪었다는 응답도 31.9%였다.
노조는 그럼에도 사업주가 법정교육인 산업안전보건교육 등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한 적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29.9%에 달했다. 이 '1년에 한두 번 들었다(37.7%)', '서명(사인)만 받아 간다(13.8%)', '분기별로 1~2시간 받았다(15.4%)', '매월 1~2시간 받았다(3.2%)' 순이었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은 법정교육으로 월 2시간 또는 분기별 6시간을 받아야 한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응답자의 3%만이 법정교육 시간을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50만명으로 추정되는 우리 사회 콜센터노동자 사회적 중요성은 높아가고 있으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처우를 개선하고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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