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결국 취임 반년 만에 전격 해임되고 대신 전임자였던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외교부장으로 귀환했다.
외교라인 혼선을 최소화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단기적으로 중국 대외 외교 행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사실 왕이 위원은 이미 친강 부장이 공식석상에서 ‘실종’된 한 달간 외교부장 역할을 ‘대행’해 국제 행사에 참석해왔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약 10년간 외교부장을 지낸 '외교통'이다. 부시,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 담당 고문을 지낸 폴 해늘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왕이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에 대해 빠삭한 만큼, 중국 외교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외교부장은 ‘집행자’일 뿐 '정책 결정자'가 아니다. 사실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만큼, 외교정책 기조가 변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만 중국 외교부장 교체는 미·중 양국이 대화를 재개하려는 시기에 이뤄졌다. 특히 양국은 오는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대면 회동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왕이의 외교부장 복귀가 미·중 양국간 관계 개선의 노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중했을 당시 왕 위원의 발언 수위는 친강 부장보다 더 전투적이었다. 당시 왕 위원은 “워싱턴의 '잘못된 인식'이 양측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라며 날을 세운 것.
반면 친강 부장은 과거 주미 대사 재임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시구를 선보이고, 일론 머스크 회장과 함께 테슬라 전기차를 시승하는 등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 몇주 새 미·중간 대화 채널을 재개하는 데에도 친 부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다.
또 친강의 해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보 차단이 건강이상설, 불륜설, 내부불화설 등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번 인사 교체가 중국 정치시스템의 불투명성과 폐쇄성에 대한 우려를 한층 더 심화시켰다는 진단도 있다. 중국 정부가 친강의 해임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의 대외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를 외교부장으로 승진시키지 않고 왕이를 다시 앉힌 것은 '임시 방편’으로 중국이 조만간 후임자를 물색해 외교장관을 교체할 가능성도 크다. 국가간 외교에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이 대화 채널 구축과 신뢰 쌓기에 중요한 만큼, 중국의 대외 외교 행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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