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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發 대출규제 완화] "빚내서 보증금 내줘라" 가계부채 뇌관 키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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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7-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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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결국 빚을 더 내서 임차인 보증금을 갚으라는 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금융권에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편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27일부터 시행하는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에서 핵심은 집주인 대출 여력을 확대해 ‘역전세 파도’를 넘어보겠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인해 전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향후 전세 가격을 회복하면 상환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특례보금자리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역전세 반환대출 등에 DSR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DSR 규제가 후퇴하면 차주의 대출 여력이 늘어 곧바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다. 개별 사안을 보면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거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부채 감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금융통화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게 너무나 뚜렷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에 물꼬를 트는 단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역전세·깡통전세 위험 가구의 계약이 줄줄이 끝나는 만큼 가계부채가 상당 규모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전세 가구 중 52.4%가 역전세 위험 가구로 분류된다. 매매 시세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위험 가구도 8.3%에 이른다.

역전세·깡통전세 위험 가구 중 59.1%, 72.9%가 내년 상반기 이전에 계약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상당수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 대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전세금 차액에 대해 대출을 지원하는 게 원칙이며 불필요한 반환대출 수요는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차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결국 정부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싼값에 주택을 매각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집주인들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버틴 집주인들 간 형평성 문제, ‘갭투자자 사후 구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대책이 국내 부동산 시장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DSR 완화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세 문제가 안고 있는 어려운 점이 있어 불가피한 조치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당연히 가계대출이 늘어나겠지만 역전세 문제가 유발할 수 있는 금융 불안 등 문제가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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