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종점 소재지인 경기 양평군 양서면 증동리를 방문해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중단하게 됐지만 고속도로를 최대한 빨리 놓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과 대안 종점인 경기 양평군 양서면과 강상면 현장을 찾아 주민간담회를 열어 주민들 의견을 청취했다. 해당 사업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지 21일 만이며 종점 변경 논란이 불거진 이후 원 장관이 양평 현장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 장관은 원안 종점인 양서면 주민들과 만나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의 오랜 숙원사업인데 정치적 싸움거리가 되면서 정치적 오물이 도로에 쌓였다"며 "하루빨리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해결사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안대로 고속도로가 놓이면 마을을 관통하는 높이 40m 이상 교량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서면 청계리 주민은 "현재도 다리로 인해 마을이 갈라지고 분진과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며 "또다시 교량이 생기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 장관은 이어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안 종점인 강상면 주민자치센터로 이동해 주민 200여 명과 간담회를 했다. 현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회 관계자들이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반대 피켓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강상면 주민들도 고속도로 사업이 정쟁으로 멈춰 섰다며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강상면 주민은 "강상면에서만 평생을 살아오면서 고속도로 사업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며 "정쟁으로 인해 고속도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군민들만 억울한 상황이 됐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병산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주말에는 교통 혼잡으로 서울 가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리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사업을 다시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2008년부터 양평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정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시킬 수 없어서 중단했다고 하는데 싸움거리를 누가 제공한 것이냐"며 "고속도로 사업이 정쟁 대상이 돼 유감스럽다. 정부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 장관은 간담회에 이어 강상면 병산저수지 인근 대안 노선 종점 검토 지역을 찾아 현장을 살펴봤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다시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다"며 "전문가 검증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백지화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사 대상에는 대통령의 노선 변경 인지와 처가 인척의 노선 변경 개입 여부 등 종점 변경 경위, 신규 노선 변경 과정에서 제기되는 제반 절차에 대한 의혹 규명 등이 포함됐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국정조사는 정쟁을 되풀이하기 위한 의도다. 국회 상임위를 통해서도 충분히 논쟁과 의혹 해소가 가능하다"며 "민주당 국정조사는 당에서 대응할 것이고 국토부는 사업을 위한 최선의 방안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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