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견제로 반도체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해외기술 탈취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인력 스카우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안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인력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미·중 반도체 전쟁에 따른 산업재편 및 영향'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별 기술유출 적발 건수는 총 93건으로 이중 반도체 부문의 기술유출이 24건을 차지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를 향한 중국 등의 반도체 기술 유출 시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기술 굴기를 가속화하면서 미국은 대중 수출통제, 미국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 중국기업과의 금융거래와 자금조달 제한 등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견제는 올 하반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나선 일본과 네덜란드가 합세하며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연구소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반도체 팹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에 대중국 장비수출 통제와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적용에 따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지속적인 공정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대중국 제재 강화로 중장기 운영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연구소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규제는 앞으로 10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이 당초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격차를 2세대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지속되면서 기술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분업구조로 미국이 설계·장비, 일본이 소재·장비, 제조는 대만과 우리나라가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동맹국 중에는 반도체 강국이 없어 반도체 공급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결정한 중국이 기술 부문에서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기술탈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비해 다수의 반도체 장비를 선구매하고 단기적으로 기구매한 장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기술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탈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리도 보안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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