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개월 만에 반짝 흑자를 낸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이달 들어 다시 적자 전환했다. 하반기 시작부터 우울한 출발을 알린 셈이다.
7~8월 휴가철을 맞아 생산 감소와 유류 소비 증가가 맞물려 적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삼복더위가 지난 9월 이후에나 흑자 반등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달 20일까지 13억弗 적자...반도체·대중 수출 부진 지속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 수출액은 312억3300만 달러(잠정치)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와 동일해 일평균 수출액 감소 폭 역시 15.2%로 같았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대로라면 수출액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대중 수출 부진이 이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5.4% 줄었다.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석유제품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48.7% 줄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철강 수출은 15.2%,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13.5% 줄었다.
중국으로의 수출길도 여전히 평탄치 않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21.2% 빠졌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 유력하다.
더 우려스러운 건 중국 경기 여건이 예상 밖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수 회복도 더뎌 지난달 소매 판매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3.1%에 그쳤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국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달 1~20일 누적 수입액은 325억9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3억6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국제수지 현황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달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확정적인 상태"라며 "일반적으로 매월 마지막 열흘에 흑자 폭을 키우는 현상이 반복됐지만 이달에는 그 효과마저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11억 달러 무역흑자를 내며 15개월 연속 이어지던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듯했던 우리 경제는 하반기를 또다시 무역적자로 시작하게 됐다.
휴가철, 생산↓ 원유 수입↑…흑자전환 9월 이후에나
이 같은 부정적 흐름은 최소 한두 달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보면 통상 7~8월에는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이동량이 증가해 석유 제품 수요는 늘어나지만 기업 생산력은 약화하는 탓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6월 무역적자는 24억6997만 달러 정도였다가 휴가철로 분류되는 7월에는 50억1806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8월에는 94억2178만 달러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9월 들어서야 무역적자 규모가 38억3653만 달러로 다소 안정됐다.
흑자 행진이 이어졌던 2021년도 여름철에는 무역수지 흑자 폭이 감소하는 흐름이었다. 그해 6월 무역흑자는 43억4987만 달러였지만 7월(17억8526만 달러)과 8월(15억8401만 달러)에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역시 휴가철이 끝난 9월 들어 42억7752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결국 올해도 다음 달까지는 무역적자 기조가 지속되다가 9월 이후에나 흑자 전환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7~8월에는 무역수지 측면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며 "9월엔 무역수지 흑자 전환, 10월에는 수출 플러스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2일 제주 포럼 기조 강연에서 "수출 개선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역수지는 4분기부터 상당한 흑자를 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