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우주 인터넷 선점한 일론 머스크... 한국도 추격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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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3-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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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위성 인터넷 시장 2030년 285조원 전망

  •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국가도 기술 투자 확대

  • 일론 머스크 스타링크가 대표 사업자... 국내 진출

  • 안보 위해 중요한 인프라... 우리나라도 예타 재추진

스페이스X가 올해 2월 발사한 차세대 통신위성 스타링크 V2 미니 사진스페이스X 공식 트위터
스페이스X가 올해 2월 발사한 차세대 통신위성 '스타링크 V2 미니'. [사진=스페이스X 공식 트위터]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주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링크는 이미 서비스 상용화를 넘어 고도화를 준비 중이며 영국 원웹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도 위성 인터넷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 강국으로 꼽혀온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보통신기술 분야 시장조사기업 마인드커머스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 관련 시장을 2021년 312억 달러(약 41조원)에서 2030년 2162억 달러(약 28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은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자와 협력하고 있으며, 정부도 통신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관심↑, 세계 어디든 인터넷 망 공급
 
차량 지붕에 장착된 스타링크 수신용 안테나 사진스타링크 홈페이지 갈무리
차량 지붕에 장착된 스타링크 수신용 안테나. [사진=스타링크 홈페이지 갈무리]
저궤도 위성통신이란 지구 저궤도(고도 200~2000㎞)에 소형 인공위성을 다수 배치하고 이를 이용해 전 세계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뜻한다. 안테나와 중계기 등 기지국 장비는 우주에 두고 지상에 있는 통신국과 연결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주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오지나 대양 등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도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며 높은 산으로 막힌 지역도 전파 전송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특히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지상 기지국을 운영할 수 없는 곳에서도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어 전략기술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저궤도 위성통신 기업 스타링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단말기(개인용 위성 안테나)를 공급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바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저궤도 위성통신에 대한 주목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영토가 좁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비교적 적은 기지국만으로 전국 무선 통신망 구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토 최동단인 울릉도는 물론 최남단인 이어도까지 5세대(5G) 이동통신망이 구축될 만큼 음영 지역이 거의 없다. 저궤도 위성통신 '음영 지역 해소'라는 장점이 우리나라에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시각을 넓혀보면 이 기술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우선 통신사로서는 위성 망을 구축하면 자국을 넘어 전 세계에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위성통신 하드웨어 역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촘촘한 위성 인터넷 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많은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성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위성 수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위성 제작에 필요한 반도체, 안테나 등 공급망 관련 시장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 서비스 시장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술 개선으로 무게당 운송 단가 하락··· 발사 경쟁 돌입

사실 기존에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은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모토롤라가 추진한 '이리듐' 프로젝트다. 위성 66개를 고도 780㎞에 배치해 전 세계에 음영 지역이 없는 위성전화망을 구축한 것이다.

다만 대중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비용 문제가 가장 컸다. 통신용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비용은 물론 이를 지구 저궤도로 올리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세종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저궤도 위성 발사 비용은 ㎏당 1만~2만 달러(약 1273만~2547만원)로 비쌌다. 소형 위성이라도 200㎏이 넘기 때문에 위성 한 기당 25억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리듐 역시 이러한 이유로 77개로 계획했던 위성 수를 66개로 줄였다.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서비스 비용 역시 비싸다. 또한 위성 수가 적어 고품질 통신도 지원하기 어렵다. 결국 이리듐은 군사, 원양어선 등 특수한 목적 외에 일상 통신용으로는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위성 발사 비용이 낮아지는 등 관련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 2020년 등장한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은 ㎏당 약 1300달러(약 165만원)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과거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X 로켓의 가장 큰 장점인 재사용 기술은 발사체 제작 단가를 더 낮춰 이전보다 많은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위성 인터넷 망 구축을 위한 발사 경쟁에 들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링크는 올해 4월 기준 위성 3363기를 운용하고 있다. 2027년까지 총 1만2000기를 지구 저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영국 원웹도 202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위성 618기를 운용 중이다. 목표 위성 수는 올해 말까지 648기다. 캐나다 텔레샛은 위성 298기를 2027년까지 쏘아 올리고 202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시장 강자인 아마존도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위성 인터넷을 구현할 계획이다. 유선으로만 연결하던 클라우드 컴퓨팅을 인공위성으로 올리면 석유 시추시설이나 극지방에 있는 연구소에서도 인공지능 기반 분석과 데이터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시험위성 2기를 발사해 서비스를 검증하고 2024년 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운용 목표 위성 수는 2029년까지 3236기에 이른다.

◆세계 각국도 투자 확대··· 자국 민간 기업에 지분 투자도 단행
 
스타릉키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 준비 중인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사진스페이스X 공식 플리커
스타릉키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 준비 중인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사진=스페이스X 공식 플리커]
이미 주요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등 자체적인 기술 확보에 나섰다. 안보를 위한 전략기술임은 물론 재난·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망을 구축하고 지상 기지국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는 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6세대(6G) 이동통신망을 보조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 위성 인터넷 망 구축 프로젝트인 아이리스2를 최종 승인했다. 2027년까지 24억 유로(약 3조3728억원)를 투입해 170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게 목표다. 예산 중 6억4400만 유로(약 9050억원)는 유럽 우주국(ESA)이 주도하는 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중국도 2021년 4월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을 설치하고 통신위성을 발사하는 궈왕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구체적인 사업 기간과 투자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 육지 면적 중 60%, 세계 인구 중 80%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발사하는 위성 수는 1만2992개에 이른다.

자국 기업에 투자를 단행한 정부도 있다. 캐나다는 2020년 11월 텔레샛에 17억5000억 캐나다달러(약 1조6821억원)를 투자해 위성 298기 개발을 지원했으며 영국은 파산 위기였던 원웹에 5억 달러(약 6367억원)를 투자해 지분 45%를 인수했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국내에 진출하는 글로벌 위성 인터넷··· 한국도 기술 추격 나서

이미 글로벌 주요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올해 3월 한국에 법인 설립을 마치고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국내에서 통신 사업을 펼치기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도 완료했다.

서비스를 위해 남은 절차는 국경 간 공급 협정 승인이다. 국경 간 공급이란 해외에 사업장을 둔 사업자가 국내에 기간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다. 국내 사업자가 기존에 구축한 설비와 주파수 혼선 등이 일어나지 않는지 점검하고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올해 4분기 이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위성 인터넷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영국 원웹에 3억 달러(약 3820억원)를 투자한 한화시스템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추진 중이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원웹 저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한 위성 인터넷 망을 제공할 전망이다.

다만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당분간은 개인용 인터넷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원에 이르는 개인용 안테나를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하며 여기에 기존 인터넷보다 몇 배는 비싼 월 사용료도 내야 한다. 유·무선 인터넷 망이 잘 구성돼 있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이나 기관 대상 사업(B2B)에 우선 도입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위성 인터넷이 우리나라 시장에 폭풍을 일으키려면 지연시간이나 비용 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소방이나 방제 등 긴급한 지역이나 군 등에선 즉시 장비를 들고 나가서 통신을 할 수 있는 위성 인터넷이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성 인터넷의 경제성이 확보되는 추세며 안보 관점에서 국가적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동향에 맞춰 과기정통부는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 예타 조사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세 번째 시도에선 △사업 목표(글로벌 위성 공급망 진출) △핵심 기술(위성 군집 운용 등) 자립화 △차세대 통신 표준(6G) 연계 등 계획을 구체화해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아직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기지국과 단말기에 대한 기술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6G 등 차세대 통신 표준통신과 연계한 부분까지 고려해 예타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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