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의 성적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임직원들에게 절박함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재도약을 위해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줄 것을 호소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조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2023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조 행장은 상반기 실적발표 결과를 들고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영전략회의를 주관했다. 회의는 '새롭게, 다르게, 놀랍게 WOORI CHANGE!'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돼, 사업그룹별 하반기 주요 영업추진 계획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 행장은 이 자리에서 "변화와 도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현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다른 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영업에 집중해 하반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로 되돌리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새롭게 신설한 고객지향형 채널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BIZ프라임센터, TWO CHAIRS W, 글로벌투자WON센터, 동남아성장사업부 등 영업 특화조직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시작의 최선봉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중심 인사와 보상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RM, PB 등 영업전문인력에 대한 관리와 사업 예산을 소관 그룹에 이양함으로써, 전문인력의 발굴부터 육성, 보상까지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룹 차원에서 기획하고 추진하는 'IT 거버넌스 혁신'에 발맞춰 주요 IT 개발과 운영을 기존 아웃소싱 방식에서 직접 운영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놨다. 은행 경쟁력 핵심인 IT 개발역량을 은행에 내재화하고 모바일 채널인 우리WON뱅킹을 'NEW WON'으로 진화시켜 변화·확장이 가능한 비대면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조 행장이 임직원들에게 절박함을 호소한 가장 큰 이유는 직전 공개된 상반기 어닝쇼크 때문이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각각 1조5386억원, 1조47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12.7%, 5.3% 감소했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 중에선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이다. 부진한 배경에는 선제적 충당금 2630억원과 홍콩 상업용 부동산 사모펀드 관련 기타충당금 530억원이 영향을 끼쳤다.
손실흡수여력을 높이기 위한 보수적인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카드, 캐피털, 종합금융 등 주요 계열사 실적도 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영업 축소와 자산건전성 악화로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여타 은행과는 다르게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이자장사'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첫 반기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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