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수' 김혜수 "물 공포증…해녀 팀 덕에 이겨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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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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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가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평소 물 공포증을 겪고 있다고 토로해 왔던 만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밀수' 합류가 놀랍게 느껴졌다.

김혜수는 해녀 '조춘자' 역을 통해 물 공포증을 이겨냈고 나아가 짜릿한 해양 액션까지 선보였다. 영화 '밀수'는 어떻게 김혜수의 마음을 뒤흔든 걸까?

"영화 '밀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한계를 극복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아무리 준비해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죠. 전작 촬영 도중 물속에서 공황을 겪은 적이 있었고 다시 수중 촬영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밀수'는 달랐어요. 팀워크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죠. 어느 순간부터 물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짝패' '베를린' '베테랑'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승완 감독님은 과거 '닥터 K'라는 작품으로 인연을 맺었어요. 당시 류 감독님이 연출부 막내였거든요. 잊고 지내다가 시간이 흐른 뒤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번뜩 생각났어요. 하하. 강혜정 대표가 같이 영화하자며 '밀수'를 소개해 주었고 상대역이 염정아라고 말해주었어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바로 '재밌겠다'며 하겠다고 했어요."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김혜수가 연기한 '조춘자'는 해녀 출신 밀수꾼이다. 열네 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인물. 가족처럼 지내던 '진숙'과 멀어진 뒤 수년 만에 군천으로 돌아와 밀수판에 승부수를 띄운다.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족 없이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군천이라는 도시, 해안가 마을, '엄선장'의 딸 '엄진숙'이라는 품이 넓은 친구를 만나게 되죠. 가족처럼 지내지만 사실 삶을 의탁하는 거잖아요?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었을 거로 생각했어요. 스스로 무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겼을 거고 그렇게 생존해 나가던 캐릭터라고 해석했어요."

'춘자'는 1970년대의 풍광을 그대로 담아낸 캐릭터다. 볼륨감을 살린 긴머리, 화려한 패턴의 의상, 나팔바지 등 그 시절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는 70년대 히피 문화, 뮤지션, 패션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70년대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잘 활용해 보려고 했죠. 당시 음악들이나 캐릭터의 테마곡은 시나리오에 명시되어 있어서 참고했고요. 내부자만 알 수 있는 가이드 같아서 좋더라고요. 이를테면 호텔방 '권 상사'(조인성 분)와 협상하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의 경우는 '춘자'의 삶 그 자체 같았어요. '떠나야 할 시간이 빨리 왔을 뿐이구나.'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죠."

영화 공개 전후로 화제를 모았던 건 짜릿한 수중 액션이었다. 김혜수는 넷플릭스 '소년심판' 촬영 일정으로 일찍 훈련에 합류하지 못해 걱정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녀' 팀은 3개월 동안 훈련을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촬영 일정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속으로 '공황 상태가 또 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게 아니라면 수중 액션은 하나도 문제 될 게 없었어요. 그런 걱정을 안고 물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잘 넘겼고 그런 기미가 보이면 해녀 팀이 잘 이끌어 주었어요."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김혜수는 처음 콘티를 보고 수중 액션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중 액션은 기존 액션과 달랐고 보여줘야 할 부분도 많았다.

"처음 콘티를 보고 '우리가 이걸 한다고?' 깜짝 놀랐었어요. 영화 속 수중 액션은 정말 콘티대로 한 거예요. 류 감독님도 물에서 가능한 것과 연출자로 원하는 장면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셨죠. 치열한 계산 끝에 탄생한 장면들이에요. 실제 바다가 아닌 세트에서 찍은 장면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을 준비했어요. 3D 콘티도 준비해 보고 움직임까지 가늠해서 입체적으로 따져보았죠. 수많은 과정이 있었기에 큰 오차 없이 준비된 대로 담아낼 수 있었어요."

영화 '밀수'는 '춘자'와 '진숙'이 굵직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해당 작품이 '여성 투톱물'로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 투톱 물로 소개되었지만, 시나리오를 볼 때는 그런 마음이 없었어요. 캐릭터나 관계성이 중요했고 각각 인물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가가 궁금했죠. 인물의 밀도와 관계성 긴장과 이완, 앙상블이 어떻게 발현되는지가 기대 포인트였어요. 여성 서사가 있긴 하였지만 캐릭터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연기했다. [사진=호두앤뉴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춘자'와 '권상사'의 관계성도 화제였다. 영화 공개 후에는 두 사람의 관계성에 주목하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대본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이용하고, 협력하는 관계였어요. 각자의 수를 두고 있는 사이죠. 저는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대본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요. 그런데도 현장을 가면 현장이 다예요. 현장에서 해봐야 아는 거죠. 상대 감정에 따라 오묘하게 저도 달라지는 법이거든요. '권 상사'와 '춘자'는 서로 이용하는 관계고 수직, 수평이 다 같았죠. 그럼에도 예측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마주한 거잖아요? 스스로 알지 못한 미묘한 찰나를 현장에서 느낀 거고 그게 포착이 된 것 같아요."

김혜수는 상대 배우인 조인성에 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눈'이 멋진 배우라며 함께 호흡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폭발했다고 거들었다.

"눈이 정말 좋더라고요. 화면으로도 그 감정이 느껴지는데 실제 마주하고 있는 저는 어떻겠어요? 정말 좋은 배우고, 진짜 연기를 해내는 사람이에요. 서로는 알잖아요. 테그니컬하게 해내는 사람인지, 진짜 감정을 끌어내는 사람인지. 인성 씨의 눈은 정말 압도적이었고 강렬했어요. '권상사'는 결국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눈으로 완결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사회부터 인터뷰, 무대 인사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밀수' 팀을 보며 정말이지 한 팀 같다는 인상을 받곤 했다. 이 단단함의 중심에는 배우 김혜수가 있었다. 그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고 그들이 있었기에 힘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정말 선물 같았어요. 좋은 배우를 만났고, 진심으로 뜨거워졌고, 힘든 일들을 압도하는 일체감을 느끼곤 했어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임해주었기 때문에 끝까지 '팀'으로 유지될 수 있었어요. 그 마음이 영화에도 반영되었던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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