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하여 국무조정실이 최근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 오점이 드러난 공무원 등 수십명의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하였다. 이와 관련 이번 사고 책임자들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 처벌법상 기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목적조항(제1조)에서는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어,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공무원도 처벌될 수 있다. 정의 규정(제2조)에서는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벌칙조항(제6조 및 제10조)에서는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 중대재해 처벌 등 ESG 국제기준에 부응 필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 넘게 지났지만,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발생 건수는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4위 수준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 경영을 강조하고 2022년 2월, 공급망 내에서의 인권 및 환경 보호를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을 발표하였다. 중대재해는 ESG 중 사회적 책임(S), 즉 인권과 관련되어 있다. EU에서 활동하려면 일정한 규모(근로자 500명 이상, 고위험 업종은 250명 이상)의 기업은 ESG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재해에서 사망사고는 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전체의 81%), 즉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안전보건 법령 준수를 위한 관리상의 조치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사업주 등에게 지우고 있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도 확대·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 마련
중소기업의 50인 미만 사업장이 사망사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대재해 발생 건수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2010년 10월에 신설된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절반이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위험의 외주화가 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수준의 향상을 위한 자체 노력이 따라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안전보건 관련 예산과 안전보장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0년 8월(“조세특례제한법” 제8조의3 제1항에 상생협력을 위한 기금 출연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여 2025년까지 유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달성하고자 기금을 설치한 바 있다. 이것은 상생협력을 위한 기금 출연을 할 경우, 출연금의 10%를 출연기업의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혜택을 제공하여 기금을 조성하는 제도이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출연기업이 196개, 누적 출연금액이 1조 67억원에 이르고, 2018년에만 2,013억원이 증가하였다. 그 기금이 활용되는 세부사업 중 동반성장 투자재원 또는 산업혁신운동 등이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될 수 있으며, 현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그 밖에도 최근에는 상생협력을 위하여 현대건설과 그 계열사들이 산업안전상생재단을 별도법인으로 설립하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기금에 공동 출연하는 사례(최초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 중대재해 대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
코로나 19 극복과정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되고, 정부 차원의 법적·재정적 지원이 있었다. 과거에는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 즉 협력사들과의 상생협력이 대부분이었지만, 4차산업혁명의 진전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 협력사 또는 소상공인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상생협력의 모델이 등장하고 성공 사례들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을 발굴하였고, 삼성전자가 비협력사인 방역용품 생산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하여 생산량 확대에 기여하는 등 민간차원에서도 동조하였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대응에도 이와 같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상생협력에 동참하는 대기업들에게 세금 감면과 공기업 경영평가시 가점 부여 등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출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제8조의3 제1항)에 따라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세액공제가 시행되고 있다. 둘째, 그 기금에 출연하는 기업에 대하여 법인세법(제24조)에서는 지정기부금을 인정하여 손금(익금의 반대어)에 산입함으로써(출연금의 최소 9%에서 최대 24%까지) 법인세를 깎아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출연기업에 대하여는 조세특례제한법(제100조의32)에 따른 “투자·상생협력 촉진을 위한 과세특례”가 적용되어 출연금의 최대 60%까지 기업소득세에서 감면해주고 있다. 넷째, 출연 공기업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및 경영평가 시 우대받을 수 있도록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를 통하여 조성된 상생협력기금은 대기업에 비해 재정 상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중대재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법상 가능한 지원방안을 파악해서 자금을 제공하고, 기금이 사용되는 사업(“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의5 제5항)에 중대재해 대응 관련 항목을 추가 또는 명시하는 등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법령개정도 추진해야 한다.
한편, 중대산업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이행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대시민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예산 및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요청된다.
그 밖에도 안전점검과 확인 등을 통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준수 인증제 등을 시행·확대하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인증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전략센터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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