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법인세 중간 예납(직전 사업연도 법인세 일부를 선납하는 제도)이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 반도체 등 산업 전반이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탓에 이마저도 별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긴장감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31일 기재부에 따르면 1~6월 누계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 급감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소득세 수입도 11조6000억원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 감소에 지난해 종합소득세 세수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겹쳤다. 부가가치세와 교통세도 각각 4조5000억원과 7000억원 덜 걷혔다.
6월 말 기준 세입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국세수입 진도율은 44.6%로 전년 동월(55.1%)은 물론 최근 5년 평균(53.2%)을 훨씬 하회했다. 2000년 이후 최저치로 확인됐다. 하반기 들어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의 세금을 걷는다 해도 연간 기준 '세수 펑크'는 44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당장 다음 달 기업들이 낼 법인세 중간 예납분도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직전 사업연도에 산출된 법인세의 절반가량을 납부하게 되는데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탓이다.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액 확대도 난망이다. 최고 수준 대비 다소 하락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거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밖에 교통세의 경우도 오는 8월 중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다면 휘발유 등 소비 감소로 세입 여건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세수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중 수출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악재들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세수 여건이 압도적으로 '상고하저'였기 때문에 전년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는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며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하방 요인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 실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회복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과 수출입 동향 등도 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중간 예납으로 현재의 세수 감소세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며 "다른 세목이 법인세수 감소를 메워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내 세수 여건이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중간 예납과 연계되기 어려운 탓에 (올해) 세수 감소분이 40조원 중반대 정도로 그치는 게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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