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중공업 부주의로 석탄설비 화재...한국남부발전에 59억 배상"

법원 "자연발화 가능성 높다면 더 철저히 관리했어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2023.04.05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한국남부발전이 석탄설비의 반복적인 화재가 약 3000억원을 주고 설비 운영 계약을 맺었던 삼성중공업의 관리 부실 탓이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는 지난 12일 한국남부발전이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삼성중공업이 59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한국남부발전은 2012년 삼성중공업, GS건설로 구성된 공동 수급체와 3079억원 규모의 '삼척그린파워 1·2호기' 기자재 구입과 설치·시공 등 석탄취급설비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삼성중공업과 5년간 장기유지보수(LTSA) 계약을 맺어 설비 운영·정비를 맡겼다. 삼성중공업은 346억원 규모의 운영·정비 용역 하도급 계약을 한전산업개발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과 GS건설은 2016년 6월 삼척시 원덕읍에 석탄취급설비 설치·시공을 마쳤고 이후 삼성중공업과 한전산업개발이 운전·정비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2016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 설비에서 화재 사고를 포함해 총 4차례 사고가 났다. 경찰 현장조사와 재판 과정의 감정 평가 결과 1, 3, 4차 화재 사고의 원인은 모두 과다하게 발생한 분진과 낙탄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국남부발전은 "삼성중공업이 석탄취급설비를 운전하면서 분진과 낙탄이 과다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도 게을리했다"며 118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주 연료로 인한 자연발화라고 맞섰다.

법원은 한국남부발전이 입은 손해를 삼성중공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중공업은 아역청탄이 자연발화하기 쉬운 상태였다는 사정을 주의의무 위반이 없거나 귀책사유가 없다는 사정으로 주장하지만 오히려 자연발화 가능성이 높은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면 더 철저히 관리할 의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품이 보일러에 유입된 2차 사고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이 석탄취급설비 중 사고를 야기한 장비를 정상적으로 설치하고 유지·관리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발생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아역청탄을 사용한 것은 한국남부발전이 결정한 것이라는 점, 손해배상예정액이 다른 발전소나 한국남부발전의 영업이익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청구 금액의 절반 수준인 59억439만원으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