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KOLAS 인정제도 도입 30년 …국민 안전과 정부의 역할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재영 교수
입력 2023-08-03 09: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재영 교수
[김재영 교수]



전 세계적 이상기후 속에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날이 너무 더우면 비가 그리워지고, 그렇다고 비가 오면 너무 많이 와서 문제라, 마치 우산장수, 소금장수를 둔 엄마처럼 이제는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시장에는 여러 아이디어 상품이 출시된다. 이제는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더운 여름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휴대용 선풍기이다.
베터리의 소형화와 휴대성이 높아지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의 개발이 가속화 되면서 여름철 우리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7년 교실에서 휴대용 선풍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품 안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여름철 흔히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생활용품은 종종 과열로 인해 폭발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KC마크나 전자파적합등록번호 등이 필수적으로 등록되어 하기에 안전성검사를 받지만, 최근 해외직구를 통한 상품 구매가 증가하면서 인접국가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안전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수입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 및 안정에 대한 우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 안전에 대해 누가 이를 책임져야 할까? 기업이? 소비자가?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KOLAS 인정제도’를 도입하였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제품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품의 안전에 대한 시험 및 검사를 받고 성적서를 통해 증명한다. 이 역시 문제는 이러한 테스트를 누가 공인하여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KOLAS 인정제도는 한국인정기구(KOLAS)인 대한민국 정부가 법과 국제표준에 따라 우리나라 제품의 시험, 검사, 교정 등의 품질과 역량을 평가하여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안전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50~60년대까지 그리 잘사는 나라가 아니었다. 아니 못사는 나라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1953년 7월 정전 협정이 이루어진 후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있는 나라이다. 내수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가 성장을 하기 위해 수출은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었으니 만든 회사나 파는 사람을 믿고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품을 수입하는 나라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만들었다 주장하여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무조건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안전을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자국의 시험소에서 검사를 다시 해 볼 수밖에 없었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수출하는 쪽에서 지불해야 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수출 장려를 위해서는 이러한 기업의 비용 증대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증가하였다. 우리나라는 1993년 ‘계량 및 측정에 관한 법률’제정을 기반으로 ‘KOLAS 인정제도’를 시행하였다. 해당 제도는 우리나라가 만든 제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시험 및 검사 등도 정부에서 수행하였다. 이후 수출품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정부는 시험 및 검사의 노하우를 민간으로 이양하였다.
때맞춰 전 세계의 분위기는 무역을 촉진하고자 하는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각국의 무역관세장벽을 철폐하고, 무역 상대국 간의 상이한 무역상 기술장벽을 낮추어 자유무역을 활성화하고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출범시켰다. 1995년부터 TBT협정을 통해 기술규정 및 표준, 인증제도, 무역장벽 발생시 WTO 참여국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항을 담당하는 기구를 구성하고 운영하여 국제 무역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대표적인 변화가 시험성적서를 통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무역 촉진을 위해 국가들간의 상호인정협정(Mutual Recognition Agreement, MRA) 체결을 확대하였다. 우리나라 KOLAS 인정제도 역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인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1998년부터 MRA에 가입하였으며, 상대국의 공인성적서를 상호수용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공인시험성적서 역시 상대국에서 수용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수출과 수입이 빈번히 발생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KOLAS 인정제도는 대한민국 공인시험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기관의 시험성적서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통용성을 확대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해외 수출에 크게 기여해 왔다.
국내 기관이 KOLAS로부터 해당 시스템과 능력을 평가받아 특정분야에 대한 교정, 시험, 검사능력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으면 해당기관은 국제공인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며 국제공인된 시험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하게 기업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기업의 기술을 보호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보장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기업의 글로벌 경영과 기술혁신으로 기업의 영향력은 점차 시장을 넘어 일상적 사회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역사적으로 경쟁과정에서 기업비밀을 파훼하거나 탈취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자국의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인증은 제품의 정보를 합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KOLAS 인정제도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제품 정보를 해외시험인증기관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 기업의 비용절감을 넘어 기업의 기술정보보호까지 이끌어냈다.
올해는 KOLAS 인정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전 세계 기후변화 위기와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난 사건들은 다시금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정부 역할은 기업의 현실적 문제의 해소만이 아니다. 그 시작은 국민의 안전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공공복리의 실현에 있다. 또한 이러한 체계가 잘 기능하도록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 생태계를 창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우리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