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이 대구은행의 모바일뱅킹인 iM뱅크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는 '준인터넷은행' 전략을 시도한다. 또 다른 지방금융지주인 JB금융그룹도 핀테크와 공동으로 발전하는 모델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두 지방금융의 전략은 핀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데서 궤를 같이하지만, 경영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세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은 핀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상생·협력하고, 이를 통해 지역 기반의 영업 채널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핀테크 기업과 전략적 제휴에 나서는 등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은 JB금융의 핵심전략 중 하나"라며 "외부 핀테크 기업을 우리의 영업 채널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JB금융은 대출 중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랐다. 특히 이번 협약을 통해 단순 협업 관계가 아닌, '핀테크-금융그룹 동맹'을 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DGB금융의 대구은행도 핀테크와의 상생, '준인터넷전문은행'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영업망에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효율성을 챙기고, 대면 채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오프라인 금융의 노하우와 핀테크 기업 기술을 잘 활용하면 시중은행·인터넷은행이 제시하지 못한 차별화한 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지방금융이 미래 성장 전략으로 핀테크와의 접점을 강조한 것은 지방 경제 성장의 한계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 실적은 가계대출 성장이 핵심이었는데 지방은행들은 낮은 인지도, 제한적인 영업망 탓에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또 지방금융의 기반인 제조업 등의 부진에 성장이 멈췄기 때문에 과거 2000~2010년대처럼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렇듯 최우선으로 새 고객군을 확보해야 하는 지방금융에게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단, 지방금융 간 세부 전략은 처한 경영 환경에 따라 다르다. 시중은행의 지배구조 여건을 갖춘 대구은행은 저평가 대상의 지방은행의 틀에서 벗어나, 시중은행과의 직접 경쟁에 뛰어들어 판 키우기에 돌입했다. 반대로 당장 시중은행 전환이 어려운 JB금융은 핀테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간접적으로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과의 경쟁이나 지방은행의 영업망 확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같은 듯 다른 두 지방금융의 선택 중 어떤 선택이 유효하냐가 이들의 성패도 가를 전망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DGB·JB금융 모두 수도권으로 적극적인 가계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면서 "DGB금융은 플랫폼 측면에서 강점을 찾아 강원·충청도부터 비대면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본다. JB금융은 중금리대출 중심의 성장에 발맞춰 핀테크를 통해 고객 접점 측면에서 핀테크와의 협업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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