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한국 내 동결된 약 9조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이란이 정식으로 국제 중재 회부 절차를 개시할 경우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통해 면밀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란 정부가 한국 은행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약 8조9656억원)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는 이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란 측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은 법무부가 단장이며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부가 상임단원을 맡는 식으로 구성된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한국이 미국의 제재를 준수한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동결한 7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을 동결 해제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한국에 예치된 동결 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과의 자금 분쟁을 국제 중재에 회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나라와 이란, 유관국들 간 동결 자금 문제 해결하기 위해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2021년 9월에 이란 중앙은행의 국내 원화 동결 자금 관련 투자자와 국가 분쟁해결 중재의향서를 접수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임 대변인은 "다만, 중재의향서를 접수한 이후 6개월 이내 분쟁 미해결 시 중재 재개가 가능하지만 이란 중앙은행 측은 아직까지 정식 중재를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상대를 제소하기 전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서면 통보다.
한편 이란중앙은행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열고 원유 수출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을 제재명단에 올리면서 한국과 원유 수출 대금 거래도 중단됐다. 이후 이란은 한국 내 동결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은 JCPOA 복원과 미국의 이란 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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