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습니다. 학부모는 제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자 학부모는 제가 학생을 화나게 해서 자해를 했다고 재신고했습니다."(전북 초등학교 교사 A씨)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은 '교권침해' 사례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교총이 마련을 촉구한 5대 정책은 △수업방해 등 학생 문제행동시 교사가 즉각 할 수 있는 지도·제재·조치방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 학습권과 교원 교권을 보호하는 법·제도 △학부모 악성민원·교권침해 근절 및 책임 묻는 대책 △학교폭력 예방법 개정 △교권보호를 위한 근무 여건 개선과 학교 환경 조성이다.
악성민원에 교사들 경찰·교육청 조사 '이중고'
한국교총이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온라인으로 교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총에 접수된 1만1628건 중 57.8%(6720건)이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으로 나타났다. 폭언·욕설(19.85%), 업무·수업방해(14.9%), 폭행(6.3%),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1.2%) 순이었다.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싸우는 학생 말리느라 몸을 잡았다고, 수업 방해하는 아이 훈계했다고, 칭찬스티커 우리 애는 못 받았다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지자체 조사, 경찰수사를 이중으로 받아야 하고 직위해제와 담임 교체 등도 감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여난실 한국교총 부회장도 지속적인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현장 교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 부회장은 "교사가 무단으로 조퇴하는 학생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제지했는데 부모가 아동학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성민원의 경우에도 교사가 교육청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해 그 과정에서 가슴 두근거림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국회 통과돼야
한국교총은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회장은 "아동학대 조사·수사 시 시 관할청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 억울한 교원이 없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일 추진하겠다고 밝힌 '학교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냈다. 분쟁조정위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징계와 지원 수준을 결정하기 전 학생·학부모·교원 간 분쟁을 사전적으로 조정하는 독립적, 중립적인 중재기구다.
정 회장은 "현재 교권보호위원회도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쟁조정위를 신설해 설치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교사가 교보위 개최를 요구해도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교권 담당 교사들이 열어야 해 업무 부담 등에 문제로 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신 교권보호위원회를 지역교육청으로 이관해 교사 요청이 있을 경우 반드시 교보위를 열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도 "분쟁조정위 참여에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이행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 본부장은 "분쟁을 사전적으로 조정했는데 이후 학부모가 결과를 이유로 분쟁조정위 불참 의사를 밝히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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