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눈만 마주쳐도 깜짝"...'모방범죄' 예고에 시민들 불안감(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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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우주성 기자
입력 2023-08-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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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오리역 2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경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우주성 기자]
4일 오전 오리역 2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경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주성 기자]
“말도 마세요. 젊은 남자 손님이 불쑥 다가오기만 해도 놀랍니다. 여기(오리역)도 발생할 것이라고 인터넷에서 그러던데. 아무리 경찰이 있다고 해도 이거 정말 불안해서 살겠나요.”

4일 오전 수인분당선 오리역 지하철 내에서 상가를 운영 중인 50대 여성 이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원래라면 유동 인구가 적지 않다던 오리역과 일대 상가에는 잇따라 들려오는 흉악범죄 소식과 모방범죄 우려에 활기 대신 한산함만이 감돌았다.
 
잇따른 칼부림 예고에..."낯선 사람 다가오기만 해도 너무 불안"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모방범죄 예고가 잇따르면서, 인근 지역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서현역 사고 발생 직후 새로운 범죄 예고 장소로 지목된 오리역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마저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원래 아침에는 당연히 북적이고 오전 11시까지도 수영이나 실내 운동하러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오늘은 사람이 많이 없다. 안 그래도 오후 일찍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있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컸다. 학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던 20대 초반 여성 서모씨는 “신림역이나 서현역이나 다 번화가여서 대낮에 그런 것 아니냐. 항상 오리역을 경유해 이동해야 하는데 찜찜하고 불안해서 오늘 그냥 외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리역사 내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던 50대 직원도 “익숙한 일터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안 그래도 오늘 출근 시 위에서 조심하라는 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오리역이 직장이라는 한 20대 여성 이씨는 “경찰이 있다지만 여전히 무섭고 불안한 게 사실이다. 순찰차 등을 보면 오히려 사건이 연상돼 불안하다”면서 “길거리를 지나갈 때 낯선 사람이랑 눈만 마주치거나 다가와도 내색은 않지만 속으로는 너무 불안하다. 최대한 사람과 떨어져서 다닌다. 안 그래도 어제 스프레이 호신용품을 주문해 뒀다”고 토로했다.
 
인근 상인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오리역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씨(50대)는 “오전에 일하는 직원이 문자로 혹시나 몰라서 그러니 오후 근무로 바꿔 달라고 하더라.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손님도 많이 없을 거 같아 그러라고 했다”면서 “가족들이 젊은 사람 오면 조심하라고 알려주더라. 걱정 말라고 했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리역·정자역 거점마다 경찰 삼삼오오 '엄중 경계'..."양극화에 모방범죄 늘까 우려"
지난 3일 온라인에는 “4일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범죄 예고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리역은 물론 인근 정자역과 서현역 등에 경력을 보강·배치하고 순환 순찰에 나서고 있다.
 
4일 오전 수인분당선 정자역 앞 광장에 배치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우주성 기자
4일 오전 수인분당선 정자역 앞 광장에 배치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우주성 기자]
4일 오전 오리역에는 25명 이상의 경찰 병력이 역과 인근을 중심으로 삼엄한 경비에 나서고 있었다. 오리역에 있는 7개의 출구마다 진압장비와 방패 등을 지닌 지구대 경력이 2인 1조로 거점 배치됐고, 역 앞 도로에는 순찰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역사 내에도 4~5명의 경찰과 2~3명 단위로 편성된 경찰들이 개찰구 인근에 배치돼 순찰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이 지하철역 출구에 배치돼 경비 중인 경찰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40대 남성은 3번 출구 앞에서 경찰들에 대해 흉기난동 예고가 사실인지 등을 질문하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에 경찰 병력이 배치된 인근 수인분당선 정자역 역시 오리역보다는 덜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정자역 앞 광장과 역사 내에는 역시 경찰이 2인 1조로 경비에 나서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자역은 15명가량을 현재 이동해가면서 순환, 거점 배치하고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출발해 학원으로 이동 중이라던 고등학교 3학년 정모군은 “인터넷에서 기사나 예고를 보고 불안해서 어딜 돌아다니기도 겁이 난다. 여동생이 있는데 가족들이 다칠까도 불안하고 잘 모르는 곳은 괜히 경계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정자역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 한모씨는 “소식을 듣고 불안하기도 했고 어이가 너무 없기도 했다.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이 너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이 있는 채로 사회가 양극화가 되니까 앞으로 모방범죄가 많아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흉기 살인 예고가 잇따르면서 경기남부경찰청은 4일 오전 11시 기준 서현역과 오리역 주변에 각각 35명의 경력을 배치한 상태다. 경찰특공대 전술 1개팀과 경찰관기동대 1개 제대, 순찰차 2대도 순찰을 지원 중이다. 정자·야탑역 주변에도 경찰관기동대 2개와 순찰차 1대 등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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