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예경탁 경남은행장, '562억 횡령' 역대급 악재 직면…사태 수습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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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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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탁 경남은행장 사진 BNK경남은행
예경탁 경남은행장 [사진= BNK경남은행]

예경탁 BNK경남은행장이 취임 120여일 만에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6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562억원 상당의 자금을 빼돌린 부장급 간부의 범죄행각이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놓아서다.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만도 우리은행(700억원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그동안 자산 확대 등 은행 미래 발전 구상에 골몰했던 예경탁 행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횡령자금 회수 등 사태 수습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대책 마련 등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 취임 100일 "든든하고 신뢰받는 은행" 강조했지만···대형 횡령사고에 결국 '헛구호'

금융권에 따르면 예경탁 행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줄곧 내실경영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실어왔다. 취임 100일여 만인 지난달 중순에는 은행 총자산 100조원 달성 목표와 함께 금융기관 신뢰도 제고를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예 행장은 "지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은행이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면서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든든하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역할과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있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거액의 횡령사고가 실체를 드러냈고 예 행장의 다짐 역시 무색하게 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모 투자금융기획부장은 경남은행에서 약 15년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씨는 지난 2016년부터 부동산PF 대출 차주의 자금인출요청서 등을 위조하고 상환된 대출금을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 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수사기관이 은행 현장 검사 및 압수수색 등을 통해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기발령 상태인 이씨 행방은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 행장은 결국 횡령사건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임원들과 함께 대고객 사과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태 수습과 함께 무너진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예 행장은 "고객과 지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객님께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횡령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도 최소화할 것"이라며 "고객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은행 내부 가담자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는 시각이 높지만 감독당국은 은행 내부통제 실패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은행이나 감독당국 검사가 아닌 수사기관을 통해 처음 꼬리를 잡혔다. 금감원은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감원 시각대로라면 십수년간 거액의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역대 투자금융본부와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감시인과 회계법인들, 더 나아가 현직 은행 총괄 책임자인 예 행장에게도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 빈대인 BNK 회장, "경남은행 자구책 내라" 주문···재발방지책·자금 회수 등 '무거운 어깨'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BNK금융그룹을 이끄는 빈대인 회장도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며 직접 나섰다. 빈 회장은 경남은행과 별도로 지주사 내에 사건 수습을 위한 TFT를 꾸리는 한편 BNK 전 계열사 임원진을 긴급 소집해 내부통제 프로세스 재점검을 지시했다. 또한 예 행장이 이끄는 경남은행을 향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하라"며 "자구책 마련이 미흡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지시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 행장은 은행 내 내부통제 시스템을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한 '내부통제 분석팀'을 새롭게 꾸렸다. 이를 시작으로 준법감시 전문인력을 보강해 상시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 등 감시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 추진 등 강도 높은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우선 은행 손실 최소화 차원에서 횡령자금 회수가 급선무다. 경남은행은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등 관련인에 대한 부동산과 예금을 가압류하는 등 채권보전조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놓은 상태"라며 "횡령자금에 대해서는 법무법인과 협력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최대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건과 유사한 우리은행 횡령사건도 700억원대 가운데 회수규모가 10억원이 채 되지 않아 장기간 고의적으로 빼돌려진 횡령금 회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높다. 또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사각지대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혼란에 빠진 내부 조직 추스르기와 향후 지리한 법정다툼도 예 행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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