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KT 이사회는 서울 모처에서 차기 대표(CEO) 후보 선정을 위한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차기 KT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오랜 재무책임자 경력으로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영섭 대표 후보는 KT의 주요 경쟁사인 LG CNS·LG유플러스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LG맨에서 KT 대표 후보로 지명된 김 대표 후보는 경북대사대부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LG상사 전신·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을 역임한 데 이어 지난 2015년 11월 LG CNS 대표에 취임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보다 LG그룹 입사 시기가 빠른 선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후보는 LG CNS 대표로 약 7년간 재직하며 회사가 국내 대표 DX(디지털 전환)·IT 서비스 기업이 되도록 하고 LG그룹 계열사 인공지능·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하는 등 B2B 업계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또, 연공 서열 대신 기술 역량 만으로 인재를 발탁하는 '기술 역량 레벨 평가제도'를 도입했고, 태양광·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 등 큰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했다. 기술 역량 레벨 평가제도는 KT도 이를 사내 AI 자격층 형태로 벤치마킹해서 현재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 후보의 경력과 성과를 보면 통신 기반 DX·IT 서비스 기업으로 변하는 과도기에 있는 KT그룹을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김 대표 후보가 KT와 무관한 경력을 보유한 만큼 정부·여당이 주문한 KT 사내 이권 카르텔 해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통신 경력이 부족한 점은 김 대표 후보의 경력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LG유플러스에서 CFO로 사내이사로 재직한 경험은 있지만 '통신의 꽃'으로 불리는 커스터머부문장을 거치지는 못했다. 때문에 KT 내 커스터머 사업 관련 주요 인사를 KT 사내이사로 임명해서 유·무선 통신사업을 맡기고, 본인은 전문성이 큰 DX·B2B 등 KT 미래 먹거리 발굴과 방만한 자산·계열사 관리 등 재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이사회는 오는 8월 말 제2차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 대표 후보의 취임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KT는 지난 제1차 임시 주총에서 대표 후보에 대한 의결 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했다. 때문에 1대 주주인 국민연금뿐 아니라 2대 주주 현대자동차와 3대 주주 신한은행의 동의까지 이끌어내야 차기 대표로 선임될 수 있을 전망이다. KT가 이사회 재구성과 외부 공모 등을 통해 투명하게 소유분산기업의 차기 대표를 찾은 만큼 KT 주요 주주들도 큰 반발 없이 김 대표 후보를 KT 차기 대표로 승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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