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공사비가 한남동 수준... 공사비 갈등에 입주 막고 계약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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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8-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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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새롬 기자
서울 한 재개발 구역 내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원자재 가격이 뛰어오르면서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입주를 막는 등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해운대구 중동5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된 DL이앤씨는 조합에 3.3㎡당 공사비 764만원(부가세 제외)을 제시했다. 이는 용산구 한남2구역 공사비(770만원)와 비슷하며 시공사 선정을 앞둔 노량진1구역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730만원)보다 높다. 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 아파트(732만원), 종로구 사직2구역(770만원), 흑석2구역(770만원) 등 서울 주요 지역과도 별로 차이가 없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DL이앤씨가 책정한 공사비가 올해 6월 착공 기준 비용으로 착공 시점이 3년 뒤인 2026년 6월임을 고려하면 원자재 가격 인상 추세가 이어질 경우 실제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6월 기준 151.41으로, 2020년 6월(118.07)보다 28.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DL이앤씨는 해당 공사 계약 조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 인상률에 실공사비 상승률과 건설공사비지수 인상률 차이만큼 가산해 공사도급액을 조정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당시 중동5구역 조합추진위가 제시한 공사비가 640만원이었던 만큼 1년 사이에 크게 뛴 공사비를 둘러싸고 해당 조합 내부에서도 의견 차가 큰 분위기다. 일부 조합원은 "DL이앤씨가 제시한 공사비는 부가세 포함 840만원에 이르며, 추후 조합원 분담금이 가구당 10억원을 넘는 수준"이라며 "원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DL이앤씨 측은 이에 대해 "착공시점까지 3년간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한 것이며, 입지가 뛰어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제안했다"며 "브랜드에 걸맞은 고급화 단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만큼 공사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은 격화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대구 동구 '해링턴플레이스동대구'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원들과 협의점을 찾지 못해 입주예정일이던 지난달 31일 아파트 단지 입구를 막았다. 공사비 인상금액에 동의하는 조합원만 입주를 허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에서 공사비 증액을 조합이 거부하자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가로막았다. 

계약 해지 사례도 잇따른다. 부산 진구 촉진2-1구역은 GS건설로부터  2015년 계약 당시 공사비(549만5000원)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987만원을 제시받은 뒤 지난 6월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경기 성남 산성구역도 시공사 대우건설과 공사비 인상 갈등 끝에 지난 4월 계약을 해지했고, 부산 동구 초량2구역도 이달 중으로 시공사 호반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값 인상 등 건자잿값 움직임과 아파트 고급화 경쟁으로 향후 공사비 증액 갈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 당사자 간 협의보다는 조정기관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 갈등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공사비 갈등 중재 자문기구를 운영 중이지만 공사비 갈등 조정에 큰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공사 GS건설은 수색6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 120억원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원 입주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시는 "공사비 인상 요구를 들어준 뒤 추후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원론적 대응을 내놓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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