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가 미처 복구되기도 전에 태풍까지 한반도로 접근해 오면서 예산·물가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폭우·폭염·태풍 등 기상 악재가 이어지는 탓에 피해 복구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 때문이다.
기상 이변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 폭우로 신선채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태풍 영향으로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6호 태풍 카눈은 오는 10일께 경상권 동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이다. 카눈의 경로는 2020년 9월 국내에 상륙했던 제9호 태풍 하이선과 유사한데, 하이선은 앞서 한반도를 관통했던 제8호 태풍 마이삭과 더불어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당시 피해 복구비만 6063억원이 집행됐다.
◆7월 수해 복구비 1조원 넘을 듯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집계 기준 6~7월 집중호우로 전국 6만1318만헥타르(ha)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가축 96만5000여두가 폐사했다. 농작물 피해는 최근 5년간 최대 피해로 기록된 2020년 7~8월 15만8105ha의 절반 수준이다. 2020년에는 수해 복구에 3조4000억원이 넘게 들었다.
아직 지난달 수해 복구비가 총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재원은 충분한 편이다. 정부는 지난달 수해의 경우 각 부처가 보유한 재난대책비(4000억원)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예비비 사용을 결정한 상태다. 우선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조원이 추가로 지출되며 피해 규모가 더 커지면 재난대책 목적 예비비 2조8000억원, 국고채무부담행위 1조5000억원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수해 복구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에도 7~8월 집중호우에 이어 2개의 태풍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피해 복구에만 4조원이 넘게 투입됐다. 올 상반기 세수가 1년 만에 사상 최대 폭으로 줄고 하반기에도 큰 폭의 경기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상 이변이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배추값 75% 급등…물가 안정세 꺾이나
기상 악재는 물가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집중호우 영향으로 상추, 시금치 등 신선채소 가격이 두 배 넘게 뛰며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폭우에 이은 폭염 탓에 최근 배추값이 일주일 사이 75%나 급등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김치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배추 가격 상승은) 7월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산지 폭염 등의 영향으로 생육이 지연돼 일시적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때문"이라며 "8월 중순 이후에는 산지 공급량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 이변으로 밥상 물가가 출렁이고 국제 유가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물가 둔화 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9월에는 추석, 기상 여건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품목별 가격·수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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