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증가율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시는 정부 수입이 지출을 웃돌았던 반면 올해는 세수 결손이 심각한 데다 내년 경제 여건도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만 강조하느라 예산 증가율에 스스로 캡을 씌우는 게 바람직한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 증가 폭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3~4%대로 전망된다. 올해 예산 총지출 648조7000억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내년 예산은 658조~664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669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더 줄어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인 2018~2022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7~9% 수준이었다. 2019년 9.5%를 기록한 뒤 2020~2022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9%대 증가율이 유지됐다.
현 정부는 예산 증가율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2.9%)과 2017년(3.6%)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 다이어트'를 천명한 이상 그에 걸맞은 예산안 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과 관련해 구체적인 규모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정책 목표가 불투명하고 효과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등 건전재정 기조하에 예산안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 여건은 7년 전과 많이 다르다. 2017년 총수입은 414조3000억원, 총지출은 400조5000억원으로 수입이 지출을 상회했다. 그만큼 재정 여력이 컸다는 의미다.
반면 올해는 수입 625조7000억원, 지출 635조7000억원으로 지출 규모가 더 크다. 이마저도 40조원 이상 세수 부족이 예고된 상태다. 내년 세수 환경도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3% 혹은 4% 등 숫자에 얽매여 재정 정책을 수립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기대와 달리 내년 거시·실물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 재정 지출이 불가피할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가율을 정해 놓고 거기에 예산을 맞춘다는 건 이념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며 "재정 운용이 비정상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우리 경제 덩치가 과거보다 커진 만큼 3% 안팎 예산 증가율이 결코 낮은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2017년에는 예산 증가액 3%가 12조원 수준이었다면 내년에는 같은 증가율을 적용해도 늘어나는 금액이 20조원에 육박한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이 2021~2022년 총지출을 줄인 데 반해 우리는 예산을 계속 늘렸기 때문에 규모 자체가 작지 않다"며 "3%도 총지출 규모와 비교하면 큰 숫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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