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쇼트리스트 확정] 수장 세대교체 현실화…금융당국 의중 변수될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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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장문기 기자
입력 2023-08-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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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1차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왼쪽부터 이동철 KB금융 부회장 허인 KB금융 부회장 박정림 KB금융 총괄본부장KB증권 사장 사진KB금융그룹 사진KB금융그룹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1차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이동철 KB금융 부회장, 허인 KB금융 부회장, 박정림 KB금융 총괄부문장(KB증권 사장) [사진=KB금융그룹] 
 

이번 1차 쇼트리스트를 시작으로 내달 8일까지 한 달여 동안 KB금융그룹 수장 인선 레이스가 본격화된다. 8일 발표된 1차 쇼트리스트에는 당초 예상대로 '부회장 3인방'을 포함한 내부 인사 4명과 익명의 외부 인사 2명 등 총 6명이 이름을 올렸다. 후보자들은 KB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은 물론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등 측면에서 자신이 윤종규 현 회장의 바통을 넘겨받을 적임자임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적극 어필해야 한다.

◆내부 후보 4인은 ‘동갑내기’ 부회장단과 계열사 ‘여성 CEO’···후보군 면면 살펴보니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 중 이름이 공개된 내부 후보 4인은 각양각색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양종희 부회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 대표이사로 회사를 진두지휘했고 2019년부터는 KB금융지주 보험부문장을 맡았다. 현재 개인 고객, 자산관리(WM)·연금, 중소상공인 부문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21년 초 부회장에 선임된 양 부회장은 '2인자 격'인 부회장 경력이 가장 길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손꼽혀왔다. 경영 능력 면에서는 KB손보 초대 사장으로 3연임해 연착륙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KB금융 호실적에 있어 KB손보 등 비은행 계열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은 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동철 부회장은 지난해 초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재 디지털·IT(정보기술) 부문을 맡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카드 대표직을 역임했다. 대표 재임 당시 KB금융지주에서 개인고객부문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 전략기획부장, KB금융지주에서 전략담당 상무, 전략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전략통’이라는 평가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툴레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법률에 정통한 이 부회장이 최근 금융권 화두인 ‘내부통제’ 체계 확립 적임자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허인 부회장은 현재 글로벌·보험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에서 은행장을 역임했다. 그의 강점은 윤 회장 체제에서 국민은행장 3연임에 성공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정된 조직관리가 강점으로 은행장 당시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실은 바 있다. 부회장단 3인은 과거에도 KB금융 회장 후보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누가 최종 후보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 부회장은 2017년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으나 회추위 심층 인터뷰를 고사했다.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2020년 ‘최후의 4인’에 이름을 올리며 윤 회장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부회장단과 함께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은 자본시장·CIB·AM부문을 맡고 있다. KB증권 사장을 겸하고 있고 지난 3월부터는 한국거래소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대외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부문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경영 역량에 더해 최근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 1호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이력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수장 선임 키 쥔 회추위 “전문성·도덕성·KB 가치관 공유해야”…준비된 내부 출신 '유리'
 

왼쪽부터 김경호·권선주·조화준·오규택·여정성·최재홍·김성용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사진아주경제DB
왼쪽부터 김경호·권선주·조화준·오규택·여정성·최재홍·김성용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사진=아주경제 DB]


KB금융의 차기 수장을 결정하는 키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이 쥐고 있다. 회추위는 KB금융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추위원장은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전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이 맡고 있다. 재무·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김경호 위원장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올해 초 1년 연임되는 등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그 뒤를 이어 IBK기업은행장을 역임한 권선주 위원, 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인 오규택 위원이 2020년 3월부터 이사회에 몸을 담고 있다. 권선주 위원은 기업은행에서도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역임한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현 KB 이사회에서도 리스크관리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오규택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를 거친 학자다.

또한 ‘디지털 전문가’인 최재홍 위원(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이 2022년 이사회에 합류했고 올해 3월에는 여정성(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성용(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화준(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명이 신규 선임돼 KB 회추위에서 수장 결정 칼자루를 쥐게 됐다. 이 중 여정성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79학번 동문이며, 김성용 위원은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사법고시(제29회)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재 KB 회추위가 차기 수장 선임에서 내세우고 있는 주요 자격 요건은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 노력 등 총 5개 항목이다. 회추위는 이와 관련해 25개 세부항목을 마련해 향후 면접 등 과정에서 회장 후보군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자격 요건을 기반으로 보면 업무경험과 리더십, KB금융그룹 비전 및 가치 공유 등 측면에서 일단 내부 출신 인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KB 내부에서도 내부 출신 인사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 높다.

윤 회장도 최근 주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KB는 훌륭한 CEO승계프로그램을 통해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만큼 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으로 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갈 탁월한 후보를 선임해 시장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윤 회장은 이어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그룹을 이끌 것이며 후임자가 새로운 역할에 잘 적응하고 그룹이 순항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60년대생' 지주 회장 눈앞…관치 논란 속 금융당국 의중 변수될까 ‘촉각’

뛰어난 리더십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연임 도전 시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던 윤 회장이 전격 용퇴를 선언하면서 KB금융 수장 인선은 세대교체를 중심으로 판도가 빠르게 바뀌는 양상이다. 지난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끌어 온 윤 회장은 1955년생으로 5대금융 수장(함영주 56년생, 임종룡·이석준 59년생) 가운데서도 가장 연배가 높다. 현재 유력한 내부 후보로 손꼽히는 '61년생' 부회장 3인방 라인에서 차기 수장이 결정될 경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61년생)과 더불어 60년대생 금융지주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또 다른 내부 후보인 박 총괄부문장도 63년생이다.

또 이번 레이스에서 윤 회장이 오랜 기간 힘을 실어온 내부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지난 2014년 ‘KB사태’ 내홍을 딛고 취임한 윤 회장은 외풍 없는 금융사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자사 CEO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장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강화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라 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수장들은 정기적인 CEO 관련 교육과 함께 이사회 등을 상대로 업무 관련 발표와 평가에 참가해오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KB의 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잘 짜여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KB금융 수장 인선에서 예외없이 '외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한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연임 도전에 나섰던 조용병 당시 회장이 쇼트리스트 최종면접까지 참여한 직후 갑작스러운 용퇴를 발표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난무했다. 우리금융 수장 인선 과정에서는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 회장 연임 도전과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굉장히 불편하다",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발언하는 등 공개저격에 나서면서 양측 간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 금감원장은 이번 KB금융 회장 승계절차와 관련해 "외부후보 등에게도 평가기준이나 후보 선정 등에서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는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고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당국 의중을 반영하듯 KB금융도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기회 제공 등을 골자로 하는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수립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독립성·공정성·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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