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68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만 6조원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제2금융권 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몸집을 불리면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도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월간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가계대출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며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증가 폭 역시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대출 급증세는 주택대출이 주도했다. 실제 지난달 은행 주담대 잔액은 820조8000억원으로 한 달 새 6조원 늘었다. 증가 폭만으로는 전월(7조원) 대비 줄었으나 여전히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만8000가구로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만3000가구 수준이던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 역시 5월과 6월 각각 1만6000가구에 이르는 등 최근 들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용대출과 같은 기타대출은 높은 대출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영향으로 둔화 흐름이 지속돼 전월과 비슷한 수준인 246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신용대출 규모는 분기 말 효과 소멸과 주식 투자 관련 일부 자금 수요 등으로 감소 폭(6월 -1조2000억원 →7월 -100억원)은 한 달 전보다 축소됐다.
이처럼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은행 가계대출 급증세가 지속되면서 은행과 제2금융권 등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역시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7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감소는 지역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1조6000억원)이 주도했다. 반면 카드사 등과 보험업권은 카드대출과 보험계약대출 확대 영향으로 전월 대비 각각 5000억원가량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는 가운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업권별 주담대와 신용대출 추이 등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일에는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유관 부처와 '가계부채 관련 점검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최근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