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등이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2일 기준 최소한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53명의 사망자가 나온 1918년 미네소타주 클로켓 화재 이후 100여년 만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화재 참사이다. 동시에 61명의 사망자가 나온 1960년 쓰나미를 넘어서는 하와이 최악의 자연재해이다.
재산 피해 역시 막대하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2200채 이상의 건물이 피해를 받거나 소실됐고, 2170에이커(약 8.8㎢) 이상의 면적이 잿더미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FEMA는 라하이나 재건에 최소한 55억 달러(약 7조3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참사에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와이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고, 하비에르 베세라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하루 뒤인 11일 하와이를 공공보건 응급 지역으로 선포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는 우리가 겪어본 최대 자연재해"라며 "이는 또한 복구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자연재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참사는 단기적으로 비통한 일이고,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는 우리가 함께 재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불 피해가 컸던 마우이섬 서쪽 해안가의 유적 마을 라하이나는 지난 8일 오전에 소규모 산불이 발생했으나 소방당국은 당일 오전 9시께 진화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후 정오께 산불이 재차 번지기 시작하고 대형 화재로 커지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현지 관리들은 전했다.
특히 건조한 날씨와 함께 인근의 허리케인으로 강풍이 불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하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 무어-메릴 미국 소방청장은 "열기와 풍속,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불길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현지 방재당국이 조속히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도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그린 주지사는 방재당국의 대처에 대한 진상 조사를 공언한 상태이다. 그는 MSNBC에 "우리는 곧 그들이 사이렌 작동을 위한 임무를 충분히 수행했는지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와이 제2의 섬인 마우이는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방재당국 역시 항상 산불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라하이나 화재의 경우, 불길이 매우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화재 당일 라하이나 외에도 마우이섬의 키헤이 지역과 산간 지역 및 카아나팔리 지역에서 3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화재 보고가 있기 20분 전에 화재 발생 지역인 라하이나 근처에서 전선에 큰 문제가 발견됐다고 WSJ는 현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