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미국·유럽이 자동차 배출 가스 규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전기차·연료전지차 중심으로 개발을 해 왔다. 최근 유럽연합(EU)은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방침을 철회하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외에 합성 연료 이용도 인정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내연기관을 2035년 이후에도 계속 생산하는 정책 변화는 근로자 실업을 걱정해 왔던 독일과 일본 자동차 업체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U는 그린 딜 정책으로 수소 사회를 실현하는 비전을 선포했다. 태양열·풍력으로 얻는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송전망 건설에 3400억 유로를 투자하고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장치를 만드는 데 420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합성연료는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와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회수해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들어진다. 쉘과 엑슨모빌, 아람코 등과 같은 글로벌 정유사와 중소기업이 합성 연료를 개발하고 있지만 대량생산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합성 연료 가격은 가솔린 가격 대비 2~5배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보다 항공, 선박 등 한정적 이용에 머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이 합성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현재의 내연기관을 교정만 하면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분사 장치나 배출가스 저감 장치까지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 셈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세 기술은 전기차, 중대형 상용차에서 수소연료전지차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포르쉐, 스텔란티스, 페라리, BMW, 르노와 함께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이 합성 연료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은 한정적이어서 재활용 규제도 강화하고 있지만 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영국 자동차회사인 MG가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사이버스터 중량은 2177㎏으로 가장 가벼운 포르쉐 911보다 770㎏ 무겁다. 포르쉐는 이처럼 무거운 팩과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으로는 내연기관차에서 구축해 온 스포티 성능과 이미지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완성차업체 빅3의 수익 대부분은 대형 픽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창출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음에도 전기차 픽업에 짐을 실었을 때 내연기관차보다 견인 능력, 운반 능력이 떨어진다. 이들은 대형 픽업 전기차도 개발했지만 아직 판매의 대부분은 중소형 전기차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GM은 올 1월 대형 픽업, SUV에 탑재할 새로운 V8 엔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 개발하는 대신 합성 연료로 계속 생산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르쉐는 이미 칠레의 합성 연료 공장에 7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5월 포르쉐와 아우디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함에도 2026년 F1에 참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합성 연료를 통해 전통의 스포티함으로 팬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고성능 브랜드 N 모델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N은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나 BMW의 M, 폭스바겐의 R 같은 고성능 서브 브랜드다. 아직 합성 연료 이용에 과제가 산적하지만 현대차가 진정으로 N 브랜드를 할 것이라면 합성 연료 사용을 검토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