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놓고 국민의힘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4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포함돼 출마 자격을 갖추면서 누구를 공천할 지 당내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면은 '강서구청장 재공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애초 이번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검토하고 있던 지도부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6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한 것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며 "'강서구청장 자리를 다시 찾아오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 뜻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했으니 무조건 보궐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지도부도 용산 대통령실의 여러 채널을 통해 대통령 의중을 알아본 뒤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같은 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면을 단행한 윤 대통령 의중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며 "이는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의중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이 충돌하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당초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김태우 전 구청장이 직을 잃으면서 이번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공천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실제 김 전 구청장의 족쇄가 풀리고, 김 전 구청장이 사면 직후 입장문을 통해 출마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나 용산의 구체적인 메시지 없이 김 전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표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생각이 많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 강서구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 전 구청장이 당선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후보 공천 과정에서 서로 반목하면서 지지세가 분열된 이유가 컸다는 게 여권의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선 일단 야당 후보군이 정리되는 8월 말까지 기다리면서 윤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파악한 뒤 재공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김 전 구청장은 최근 지도부 일부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가 김 전 구청장에게 이번 보궐 선거가 아닌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적당한 시기에 지도부 인사가 김 전 구청장에게 보궐선거 불출마를 설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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