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의록 공개를 통해 긴축 경계감이 다시 한번 고조된 것이다. 이에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차가 이미 2%포인트에 달하는 한국은행의 고민 역시 적지 않게 됐다.
17일 공개된 연준 7월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상당수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5.25~5.5% 수준이다. 위원들은 회의록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위원회의 장기 목표를 훨씬 웃돌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참석자 대부분은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상승 위험을 계속 봤다"고 밝혔다.
이날 의사록이 공개되자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도 일부 힘이 실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9월 20일 열릴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5.5~5.75%로 조정할 가능성은 13.5%로 하루 전(10%)보다 3.5%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추가 인상 없이 현 수준인 5.25~5.5%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은 90%에서 86.5%로 줄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 동결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높은 데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로 시장 전망치(3.3%)를 밑돌면서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다만 연준 위원들의 긴축 기조로 '조기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은 한층 낮아졌다.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인 16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58%로 마감했다. 이는 2008년 6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은의 향후 금리 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당장 낮은 수준을 보이던 물가상승률이 8월 이후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지난해 고공행진하던 물가상승세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데다 유가도 반등해 물가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국내 물가 전망치를 3.4%에서 0.1%포인트 상향한 3.5%로 조정한 바 있다. 여기에 역대급인 한·미 금리 역전 차(2%포인트)에 지난달 중순 1260원대였던 원·달러환율이 한 달 만에 1340원대까지 치솟는 등 환율 상승(원화 약세) 압력도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한은은 최근 가파른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해 꾸준히 경고음을 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 인상 및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옵션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익명의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누증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며 "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줄이고 무모한 투자는 자제하게 할 것"이라며 통화긴축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다음 주인 오는 24일 오전 개최된다. 국내 기준금리는 현재 3.5% 수준으로 지난 1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4차례 연달아 동결됐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원들이 이번에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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