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소외된 누군가를 위한 그림을 그려온 노원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되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를 오는 11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1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회화작가 노원희의 개인전으로, 1980년대 회화부터 회화 신작,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등 작품 95점과 함께 작가의 화업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39점을 선보인다.
노 작가는 1948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와 동대학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1977년 문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980년 소그룹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노 화백은 시대의 변천에 따른 역사 인식과 현실 인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 낸 사회와 정치, 문화의 정황을 심리적인 풍경으로 포착하면서 우리 시대의 모습 이면을 표현해왔다.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개인적 차원의 인간사를 회화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기록하려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제1전시실에서는 노 작가가 한국사회의 변화의 모습을 감지하고 그려낸 심리적 풍경의 작품으로 전시의 문을 연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거리에서’(1980), ‘한길’(1980), ‘나무’(1982)는 당대의 현실 이면을 몽상적이고 무의식의 표현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산업재해를 다룬 신작을 공개한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1980년대부터 노동자와 권력의 형상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해왔다. 이번 신작은 그 연장선상에서 산업재해와 피해자 개인,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산업재해는 이 시대의 노동 현실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본주의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노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그림자 같은 사람의 형상은 우리 시대의 생존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는 청년, 노동자, 투쟁하는 사람들로 이어진다.
제2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과 일상, 사적 공간에 침투하는 폭력과 억압, 나아가 인류 보편 서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회화와 대형 천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대형 천 그림인 ‘몸 53’(2023)은 ‘몸’연작(2018~2019)에서 이어진 작품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몸짓, 감정을 통해 인간사를 아우르는 파노라마를 제시한다. 이는 작가가 그간 추적해온 인간의 보편적 서사를 망라한다. 2018년작 '무기를 들고'는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아르코미술관은 옛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이던 1980년 10월 노원희가 속했던 '현실과 발언'의 첫 전시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문예진흥원은 전시작들을 보고 놀라 갑자기 대관을 취소하고 전기를 끊어버렸다. 작가들은 촛불을 켜고 관람객들을 맞았지만 결국 전시는 중단됐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