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와 LS 등 범LG가로 통하는 양대 그룹이 배터리 사업에 다시 뛰어든다. 이들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손을 댔다가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관련 사업을 모두 팔았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수익성 보장을 위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며 배터리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GS퓨처스'가 미국 양극재 회사 '미트라켐'의 시리즈B(본격적인 사업 확장 단계에서 받는 투자)에 참여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가 주도하는 투자로, 총 6000만 달러(약 806억원) 규모다. 미트라켐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양극재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GS그룹은 이번 미트라켐 투자로 배터리 소재 사업 재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GS그룹은 양극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보고 매각했다.
2013년 GS에너지는 양극재 회사 대정이엠 지분을 3년에 걸쳐 인수한 후 사명을 GS이엠으로 바꿨다. 출범 이후 3년간 적자를 키웠고, 자본잠식 위기에 부닥치자 GS에너지는 GS이엠에 여러 차례 유상증자했다. 유증에 12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2016년 LG화학에 550억원에 양극재 사업을 넘기고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손을 뗐다.
LS그룹 역시 과거 배터리 사업을 했다가 접었다. LS엠트론은 2013년에 동박 사업에 진출했지만 매년 적자를 내자 결국 LS엠트론은 2017년에 동박사업부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했다. 이후 KKR은 동박사업부를 2020년 초에 SK그룹에 매각했고 이 회사는 현재 SK넥실리스가 됐다.
LS엠트론은 2010년에는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포스코퓨처엠의 전신격인 '포스코켐텍'에 65억원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GS와 LS그룹이 배터리 사업 재도전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GS와 LS가 그간 전기차 충전과 충전기 부품 제작 등 아직 경쟁이 덜한 '미개척 시장'에만 우회 진출했기 때문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이 과거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기업 실사에도 나서지 않았다"며 "그간 배터리 사업은 '시늉'만 했다면 이번 양극재 기업 투자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GS와 LS는 과거 패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보에 주안점을 뒀다. 양극재와 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에 쓰이는 원료를 직접 만드는 등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갖추는 게 골자다.
GS는 포스코와 폐배터리 합작사를 만들었다. 양사의 합작사인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등을 추출해 인근에 있는 포스코 양극재 공장에 납품한다. LS는 그간 쌓아온 제련 기술을 배터리 사업에 이용한다. LS MnM이 구리 제련 과정의 부산물을 가공해 황산니켈로 만들면, 이를 LS-엘앤에프 합작사에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과 달리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GS와 LS도 더 이상 배터리 사업 재도전을 미룰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과거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꼼꼼히 따지는 등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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