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으로 손꼽혀온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국내 가계부채 급증을 유발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장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공급을 다음 달부터 중단할 예정인 가운데 타 은행권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지 이목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 판매를 이달 말을 기해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해당 상품 최대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 적용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농협은행은 상품 출시 당시 2조원 규모 특판으로 공급하는 대신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확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초장기 주담대를 둘러싼 '가계부채 급증' 유발과 규제 우회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초 예정대로 2조원에 한해서만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올 초부터 50년 주담대가 속속 출시됐다. 지난 1월 Sh수협은행(Sh으뜸모기지론·바다사랑대출)을 시작으로 하나은행(하나원큐아파트론 등), 국민은행(KB주택담보대출), 신한은행(신한주택담보대출 등), 우리은행(우리아파트론 등)이 순차적으로 상품을 내놓았고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도 동참했다. 그 결과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규모는 한 달 만에 1조2000억원가량 불어났다. 일부 대형 보험사도 50년 주담대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금융권 움직임은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춘 결과다. 현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 '50년 주담대' 상품 출시를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새 정부 가계대출 관리 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 방안'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은 "기한을 늘려 청년 등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만기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은행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국은행 역시 연일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이에 뒷짐을 지고 있던 금융당국 역시 부랴부랴 가계부채 현장 점검과 규제 조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특례보금자리론(정책금융), 50년 주담대가 이른바 '빚투' 주범으로 도마에 올랐다.
현재 금융당국에서는 50년 주담대 가입 요건을 연령(만 34세) 등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50년 만기 주담대가 어떤 용도로 쓰고 있는지와 규모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어느 정도까지 주담대를 용인하거나 조일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달 현장점검을 통해 50년 주담대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작동 여부 등을 파악하고 가계대출 정책에 반영할 부분을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소식에 여타 은행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닌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당국에서 초장기 상품에 대한 규제를 고려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관리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추후라도 판매 중단에 동참하는 은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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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