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책무구조도 도입] 관건은 '신속 입법'···"정부·국회 합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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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8-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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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자본시장 주요 성과와 하반기 추진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현재 마련 중인 '한국형 책무구조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내용을 제도화하는 과정인 만큼 금융권에서조차 책무구조도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명확하지 않아 제도 도입을 위한 세부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금융회사 횡령·비위사고에 대해서도 법적 구속력이 있어야만 금융회사 미비점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로선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업권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5년 은행·은행지주부터 도입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관건은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이다. 수개월 걸리는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을 통해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목표지만 총선 정국을  넘어가면 입법 논의는 안갯속에 빠질 수 있어서다.

현재 책무구조도 도입 논의는 금융회사별 준법감시인 책무구조도가 어떻게 도입될 것인지 대해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책무구조도를 직접 작성해 준비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없다"면서 "법령 제·개정에 따라 충분한 여유 기간을 둘 계획이며 추후 금융회사별로 어떻게 책무구조도를 작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지배구조법 개정안 윤곽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개정안 내용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회사와 책무구조도 도입 논의를 공유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융당국 측 토로는 책무구조도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내부통제 개선 방안 발표 당시 책무구조도에 대한 개념은 나왔지만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제도 입법화는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큰 틀이 담길 뿐 구체적인 사안은 입법 이후 시행령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 시각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이번 논의에서 최종 법안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를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나온다고 해도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도입 논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과 함께 먼저 자율적인 도입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만에 하나 법령상 책무구조도 내용과 차이가 발생하면 내부통제 체계를 다시 뜯어고쳐야 할 수도 있다.

이에 큰 틀에서 입법 논의를 빠르게 마무리해 우선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금융권 내 통일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적 정의와 요건들이 선제적으로 마무리돼야 이후 작성 방법, 요령과 같은 하위 규정들을 정확하게 나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 6월 발표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에서 책무구조도에 대한 공통적인 시각을 입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내년 4월 총선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법안 발의까지 통상 6개월여 걸리는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을 우선적으로 추진 중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부 입법안 계획과 내용이 유사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점을 고려할 때 여야 간 견해차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책무구조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만약 개정 논의가 총선 이후로 넘어가 버리면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은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초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한 달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국회 표류 역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6월에도 정부가 금융회사 임원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그해 7월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논의에 별다른 진척이 없이 수년간 계류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반복되면서 책무구조도 도입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총선정국임을 감안하면 '연내 통과'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국회가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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