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국내 가계신용 잔액이 1862조원대로 증가 전환했다. 고공 행진 중인 금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14조원 이상 급증한 데다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수요도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1분기 말보다 9조5000억원 증가한 18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더불어 카드사와 백화점, 자동차 등 판매신용을 더한 액수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 증가 폭(전월 대비)은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크다"며 "가계신용 반등은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 등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개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고 판매신용 감소세가 둔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또한 "증권사 신용 공여가 주식 투자 자금으로 활용된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우선 가계신용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석 달 만에 10조원 이상 급증했다. 2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1738조8000억원)보다 10조1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다 2분기 들어 증가 전환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4조1000억원 늘어난 103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잔액 기준 1분기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대치'다.
한은은 주택 거래 회복세로 주담대 규모가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분기 중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15만5000가구로 전 분기(11만9000가구) 대비 증가했다. 한은은 다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영향에 대해서는 시중은행이 7월 이후 본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한 만큼 3분기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규모(717조7000억원)는 전 분기 대비 4조원 감소했다.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위축 등으로 7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5월 가정의달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증권사 신용공여가 늘면서 감소세가 둔화됐다. 이 밖에 2분기 카드결제 등을 통한 판매신용 규모는 전 분기 대비 6000억원(0.5%) 줄어든 11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취급 기관별로는 예금은행 가계대출(894조5000억원)이 주담대 증가 전환과 기타대출 감소 폭 축소 등 영향으로 1분기보다 4조원가량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 등도 정책모기지 양수 등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면서 12조6000억원(1분기 10조8000억원)가량 상승 폭을 키웠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329조2000억원)은 부동산대출 리스크관리 강화 영향으로 6조5000억원가량 줄었다.
서 팀장은 향후 가계신용 추이에 대해 "한은과 정부가 가계신용 증가세에 주목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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