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기획재정부 출신 장관 임명을 앞둔 산업통상자원부 내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원전 생태계 복원과 전기요금 조정 등 산업부 핵심 업무인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장관)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차관)에 이어 산업부 수장 자리까지 기재부 출신이 꿰찬 데 대한 반감도 감지된다.
반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긴축 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재부와 예산을 조율하는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지난 6월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12개 부처 차관 인사에 이은 올해 두 번째 개각이다.
당초 산업부 장관도 6월 개각 때 바뀔 것이라는 설이 돌았지만 당시 다수 기재부 출신 인사가 중앙부처 차관에 임명되면서 산업부 조직 사기 저하를 감안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첫 국조실장을 맡아 각 부처 간 쟁점 사항을 조율해 온 방 후보자는 제28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예산처와 기재부 등에서 핵심 보직을 거친 '예산통'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과 복지부 차관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 때도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보수·진보 정권을 오가며 능력을 발휘했다.
다만 기재부 출신 장관을 맞는 산업부 내에는 일부 반감도 존재한다. 예산과 세제를 통해 강력한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기재부와 규제 개선을 통한 산업 진흥이 주 업무인 산업부는 업무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 입장에서 방 후보자는 6년 만에 맞는 기재부 출신 장관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주형환 전 장관으로 2016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재임했다. 주 전 장관은 2년 넘게 지속되던 수출 마이너스 행진을 끊고 반등을 이끈 바 있다. 공(功)과 더불어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 전 장관을 예로 들며 "기재부 출신 장관은 숫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구체적인 추진 계획 없이 수출 목표를 세우는 등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 출신이 장관으로 오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적응 시간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이번 정부 첫 (산업부 장관) 인사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번 인사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번 장관 인사에는 산업부가 그간 윤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강조한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생태계 복원, 전기요금·난방비 조정 등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대통령실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면서 무역적자 규모가 커지는 등 수출 활성화 대책이 유효하지 않았던 탓에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 책임을 묻는 성격도 짙다.
이에 따라 추후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방 후보자가 현안이 산적한 산업부를 이끌 적임자인지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방 후보자를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공석이 된 국조실장 자리에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을 임명했다. 국조실 안팎에서는 박구연 국조실 1차장이나 이정원 2차장 등 첫 내부 승진 실장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만큼 의외의 인사로도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임인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뿐 아니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이미 적지 않은 기재부 출신이 국조실장으로 임명됐던 만큼 역할 자체는 차질 없이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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