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종합 3000선 방어전이 다시 시작됐다(A股3000點保衛戰再度打響)."
중국 제일재경일보가 지난 21일 보도한 신문 제목이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약 8개월 만에 또다시 3000선으로 곤두박질친 가운데서다. 최근 중국 경제 위기의 진원이 된 중국 부동산재벌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가 고조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에 걸쳐 상하이종합지수는 무려 6%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벤치마크 지수인 상하이선전300지수(CSI 300)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사주·자사펀드 매입, 현금 배당···증시 살리기 '안간힘'
그러자 중국 기업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선 사수전에 나섰다.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이날에만 펀드사, 증권사 등 총 17개 기관에서 모두 자사 운용펀드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구매 예상액만 무려 10억5000만 위안(약 1925억원)어치다. 중국 대표 펀드사인 이팡다(易方達), 자스(嘉實), 화샤(華夏), 광파(廣發) 등이 각각 5000만 위안씩, 궈타이증권과 중신증권은 각각 2억, 1억 위안의 자금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들은 하나같이 "공모펀드의 고품질 발전과 중국 자본시장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발전 전망에 대한 자신감에 기반한 것", "자사의 투자 능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펀드 매입 계획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상장사 대부분이 바이오의학, 첨단제조업, 신에너지, 신소재, 환경보호 등 신흥전략산업에 집중됐다. 이 중 바이오기업의 자사주 매입 예상액만 최대 8억3000만 위안어치다.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발전과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시장의 바닥이 곧 도래할 것이란 신호로 읽힌다고 제일재경일보는 진단했다.
이밖에 상장회사들은 중기 배당금 계획도 줄줄이 발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초이스에 따르면 21일까지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모두 40여곳 상장사가 중기 배당금 계획을 발표했다. 대부분은 현금 배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회사의 배당금은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살리고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상장회사들이 일제히 이 같은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지난 18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가 발표한 증시 부양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당시 증감회는 침체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거래 수수료 인하와 함께 자사주 매입 지원, 주식펀드 상품 개발, 거래시간 연장계획 검토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의 ‘3000선 사수작전’ 덕분에 2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88% 오르며 하루 만에 3100선을 회복했다.
바닥론 vs 비관론···11거래일 걸쳐 '11조' 매도한 外人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 중국 증시 바닥이 곧 도래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중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매수할 절호의 타이밍임을 강조하고 있다.
차오류룽 팡정증권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보통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한두달이 걸리는 만큼 중국증시가 조만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향후 유망종목으로 증권주와 함께 배터리 등 전기차 공급망 관련주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국유기업 테마주를 꼽았다.
하지만 비관론도 있다. 특히 외국계 투자회사들 사이에서 비관론이 주류를 이룬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1일 킹거 라우 골드만삭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성장 전망치를 14%에서 11%로 하향했다. 12개월 목표가는 70에서 67로 약 4% 낮췄다.
중국 부동산 위기와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로 중국 주식시장에 비관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현 부양책이 단편적이며 공격적인 부양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국경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과 부동산 기업 디폴트(상환 불이행) 우려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찔끔 내리는 데 그쳐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골드만삭스의 MSCI 중국지수 목표가 하향은 3개월 만에 두 번째다. 지난 6월에도 골드만삭스는 이익 우려와 환율 이슈로 MSCI 중국 지수 목표가를 80에서 70으로 낮춘 바 있다.
중국 내에선 외국계 기관들의 이러한 중국증시 비관론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특히 현재 중국 증시 하락세를 주도하는 것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가 터진 지난 7일부터 21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블룸버그가 데이터 추적을 시작한 2016년 12월 이후 최장 연속 매도 기록이다. 11거래일에 걸쳐 내다판 중국 주식만 약 600억 위안(약 11조1800억원)어치다.
중국 2위 헤지펀드인 상하이 반샤 투자관리의 창업자 리베이는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자를 거침없이 비난했다. 그는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들 투자자를 '목적 없는 파리떼'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 좋은 매수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도시 재개발,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해소 작업이 금리 인하보다 경제 활성화에 더 효과적이라며 중국의 현 부양책을 적극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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