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년 전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자치단체들이 관광용으로 건조했지만 관광객들이 외면하자 적자를 이유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어서다.
23일 전남도와 경남도에 따르면 전국의 거북선은 전남에 3척이고 경남에 8척 총 11척이다.
이들 거북선 제작비는 총 300억원에 이른다.
이순신 장군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초 전남을 비롯한 경남지역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거북선을 건조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줄면서 해마다 수 억 원에 이르는 수선유지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 9척만 남았다.
경남 거제시는 지난 2011년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의 하나로 국비 포함 16억원을 들여 120톤급 거북선을 건조했다.
승선 체험을 비롯한 관광용으로 건조했지만 물이 새고 한 쪽으로 기울어 결국 뭍에 올려 전시하다가 태풍으로 선체가 파손돼 공매에 부쳤다.
거북선은 154만5380원에 낙찰됐지만 지난 7월 해체됐다.
경남 사천시는 8억 7000만 원 들여 만든 거북선형 유람선을 4,700만 원에 매각해 제작비 5%만 건졌다.
전남 진도군은 지난 2010년 사업비 9억원을 들여 76톤, 18미터 규모의 판옥선 형식으로 거북선을 건조했다.
명량대첩 현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람선 역할을 했지만 건조한지 5년 만에 바다에서 육지로 옮겨졌다.
관광객이 줄어 수입은 줄었는데 선장과 선원들 인건비, 유지·보수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해남 우수영에 있는 거북선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전남개발공사가 46억원을 들여 건조해 2017년까지 해상 운행을 했지만 30억원의 적자가 나 운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해상 운행을 중단했다.
이후 2019년 해남군의 거북선 활성화 계획에 따라 무상으로 양여했지만 운행이 다시 중단됐다.
거북선 4척을 보유한 경남 통영시는 유지관리비로 해마다 1억~2억 원을 쓰고 있다.
최근 1척을 조선소에 맡겨 수리비 4억 3000만 원을 지불했다.
4척의 유지보수비만 연간 10억 원을 넘어 걱정이 태산이다.
전남 여수 거북선은 4억 8000만 원을 들여 보수해 지난 7월 8일 운영을 재개했지만 마지못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거북선은 문화재가 아닌데 사실상 문화재 취급을 받고 있어 처분하기도 어렵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박종찬 광주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전남과 경남에 흩어져 있는 거북선을 운영하려면 지자체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관광자원으로 유지하려면 목재시설 특성상 유지보수비가 많이 든다. 한 곳으로 역량을 집중하거나, 아니면 세 곳의 콘텐츠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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