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난동' 조선 첫 재판…"살해 고의 없고 피해망상 탓" 주장

재판 내내 고개 숙인 채 침묵 지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피의자 조선(33)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조선은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여 사상자 4명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33)이 첫 재판에서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부장판사)는 23일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모욕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씨 변호인은 범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해하려는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살해하려 한 고의에 대해서는 일절 부인한다"며 "(누군가) 본인을 미행한다는 피해망상 등을 겪어 그들을 닮은 듯한 남성들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소장 내용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것처럼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를 품어온 사실은 없다"며 "이러한 이유로 또래 남성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려 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다만 경위를 떠나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조씨를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 있느냐"고 물었지만 조씨는 침묵했다. 조씨는 이날 재판 내내 얼굴을 감싼 채 간간이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피해자들 유족과 직간접적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범행을 위해 서울 금천구에 있는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 이동하기 위해 택시에 무임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조씨를 기소하면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감이 쌓여 저지른 '이상 동기 범죄'에 해당한다"며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은둔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는데 범행 나흘 전인 지난달 17일 경찰 출석 요구를 받자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재판은 9월 13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