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했던 1년 규제 유예 조치를 연장할 방침이다.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 봉쇄 전략이 약화할 수 있으나,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물가를 자극하는 만일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국과 대만 기업 대상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조치를 연장하기로 확정했다고 23일 보도했다. 현 유예 조치는 오는 10월 만료된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 6월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과의 회동에서 유예 연장을 시사한 바 있다. 연장 기간은 현재 미정이나 무기한으로 연장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해 현재와 동일 조건으로 규제 유예 연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10월 이후에도 기존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계속 반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서 반도체를 상당수 생산한다. 미국 정부가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생산 급감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전 일본 정부 고위 관료는 이번 유예 조치 연장과 관련해 “미 행정부가 세계 공급망에 혼란을 주는 것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고려해도 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공급망 혼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합류한 점도 유예 연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란 바이든 행정부의 확신이 커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첨단 군사 무기 개발과 연관된 최첨단 기술 분야로 한정해 실행할 방침”이라며 “최첨단이 아닌 분야까지 규제를 확대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오는 27~30일까지 중국을 방문하고,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 등과 만나 반도체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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