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석 달 만에 14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가운데 60%에 육박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경고음이 울리자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한 주담대가 한국 경제를 위협할 뇌관으로 작용할지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국내 가계부채 규모 1749조원 가운데 주담대는 103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중 60%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2020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주담대 규모는 910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작년 2분기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같은 해 4분기 1012조원, 올 1분기 1017조원, 2분기 1030조원을 넘어서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업권별 주담대 현황을 보면 은행권 주담대 규모는 647조원대로 가장 컸다. 보험회사나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기금,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 주담대는 277조원대로 그 뒤를 이었고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업권 주담대는 106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주담대는 전 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정책금융상품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 주담대 규모는 10조원 이상 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와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주택대출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 규제 완화 등이 부동산 연착륙을 이끌었으나 그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연착륙에 '부동산 가격 더 안 떨어진다'는 심리가 퍼져 가계대출을 받으려는 유인이 늘었다"면서 "가계부채가 이 속도로 늘어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관리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던 금융당국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지목하고 차주 연령을 제한하는 등 실태 조사와 제도 강화를 위한 검토에 나선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상생금융을 명분으로 은행권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청년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제 와서 오히려 은행에 대해 과도한 대출을 지적하는 것은 금융당국 스스로 정책 기조가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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