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가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23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며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 사법 제도에서도 기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으로 대법원장에 지명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친한 친구의 친구"라며 "당시 서울대 법대에서 고시 공부하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돼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내 대표적인 '보수 정통' 법관으로 평가된다. 1990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후 전국 법원에서 줄곧 재판업무에만 종사했다.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남부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오랜 재판 경험을 바탕으로 법관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정통파'면서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과 권순일 전 대법관의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거짓말 논란이 불거진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식에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재판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참담하다"고 말했다. 50억 클럽에 대해서는 "당혹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추진력 있고 성격이 깔끔하고 시원시원하다"며 "산적한 과제들을 잘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재경 법원 한 판사는 "일본에 선진적인 법원 제도나 문화가 있으면 이를 우리 법원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후보자는 일본 게이오대 연수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이 후보자는 조만간 본격적인 청문 준비에 들어간다. 청문회 준비팀은 과거와 같이 법원 행정처 소속 부장판사 1명과 심의관급 판사 3명 등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자가 20일 모친상을 당한 점을 고려하면 다음 주부터 정식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은 대통령 후보자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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