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日오염수 방류 개시, 수산시장·횟집 '찬바람'..."후기 쓰면 서비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진영·백소희 기자
입력 2023-08-24 15: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24일 오전 10시께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수산물 시장인 5관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예정돼 손님 발길이 끊긴 가운데 고무 앞치마를 입은 상인들만 휴대폰을 쳐다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백소희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2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고무 앞치마를 입은 상인들이 휴대폰만 쳐다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손님들이 내년부턴 회를 못 먹겠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왔다'고 말하는 분 많아요."(가락동 수산시장 상인)

2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전모씨(63)는 "10곳당 1명꼴로 손님이 온다고 느낄 정도"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씨는 "여기가 시장 입구인데 이 정도로 장사가 안 되면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라면서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손님들이 '찜찜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날 오후 1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22일 일본 정부가 방류를 결정함에 따라 수조에 보관 중이던 오염수를 이날 오후 1시께부터 방출했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3만1200톤(t)이다. 
 
"아무리 안전하다 말해도 소용없어"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뒤 이곳 상인들은 불안감에 밤을 지샜다고 토로했다. 30년 동안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한 한모씨(60대)는 "그저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 한숨도 못 잤다"며 "단골들도 대놓고 '(오염수) 방류되면 안 온다'고 한다. 손님이 없어 출근해 매일 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수산시장은 7~8월이 비수기지만 오염수 방류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김모씨(71)는 "오히려 코로나19 때가 (매출이) 낫다"며 "그때는 포장 손님이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수산물을 먹어도) 해롭지 않다고 해도 소용없다"며 "몸에 축적돼 30년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냐"고 되물었다. 

가락동 수산시장에서만 30년 넘게 장사를 한 50대 상인도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했으니)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상인들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낙심한 분위기 속에 자구책을 찾는 상인도 있었다. 가락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한 상인은 "한 달 전부터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문 후기를 쓰면 '해산물 모둠'을 서비스로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에선 고무 앞치마를 입은 상인들이 휴대폰만 쳐다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게가 들어 있는 상자가 수조 앞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석 장사는 조금 됐으면···" 악재 겹쳐도 내심 기대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인들이 새로 들어온 해산물이나 수산물 등을 매대에 정리하고 창고로 옮기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수산시장 2층 식당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있는 한 상인은 이번 추석 때 전을 만드는 생선을 다듬어 스티로폼 접시에 담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 해도 (상인들이) 죽을 순 없지 않으냐"며 "원래 여름엔 장사 잘 안 된다. 오염수 방류 이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께 노량진수산시장에선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손님 등에게 말을 주의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나왔다. 안내방송에선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알리면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었다. 시장 입구만 쳐다보고 있는 다른 상인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기자들이 오는 것 같다"며 "말하기 싫다"고 반응했다. 

2층 식당가에서 7년간 일했다는 또 다른 상인은 "(오염수가) 우리나라까지 오는 건 먼 미래"라며 "나이 드신 손님들은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염수 방류되고 손님이 끊길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에도 몇 팀씩 왔던 저녁 회식 손님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