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BTS)은 2018년 자신들 곡 'IDOL'을 국악 버전으로 편곡해 퍼포먼스를 펼쳤다. 당시 무대에서 선보인 춤은 무용가 이매방 선생 창작 무용인 '삼고무(三鼓舞)'를 변형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삼고무 춤 공연을 두고 저작권 논란이 일었다.
# 예능프로그램인 '스트리트우먼파이터'에서 '헤이마마' 안무로 인기를 끈 댄서 '노제'는 지난해 'Dance With NO:Z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안무가들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TV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작곡가‧작사가 등은 저작권료가 발생하지만 안무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없다.
안무저작권 도입을 위한 한국안무저작권학회(회장 함석천 부장판사)가 정식 출범했다. K-팝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노래와 달리 안무(춤)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안무저작권학회가 안무 산업 활성화를 통해 저작권 보호 기틀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안무저작권, 전체 저작권 중 단 0.2%···"싸이 말춤도 흐지부지"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안무저작권학회는 전날 오후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회장은 함석천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5기)다. 이영진 헌법재판관과 홍승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가 고문을 맡았다.안무에 대한 저작물 등록이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저작권 등록은 2만4767건(2017년 4만623건→2021년 6만5360건) 증가했다. 2021년 등록된 저작권 6만4764건 중 안무저작권 등록은 0.2%(124건)에 불과하다.
총회에서 홍승기 교수는 가수 싸이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 당시 말춤에 대한 저작물성 여부가 국정감사 때 이슈가 됐다고 하나의 사례를 소개했다. 홍승기 교수는 "말춤이 저작물인지에 대해 맞다, 아니다는 얘기가 오갔다"며 "당시 전체가 저작물인 것은 분명한데, 동물의 특징적인 장면을 인간이 흉내 냈는데 그것이 어떻게 저작물이 될 수 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작곡가·작사가와 달리 안무저작권자 수익 배분 규정 미비"
안무 저작권에 대한 규정 미비로 안무가가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려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2011년 걸그룹 시크릿 히트곡 '샤이보이' 안무를 고안한 안무가는 한 댄스교습학원을 상대로 저작권침해 금지 청구소송을 냈다. 자신이 짠 안무를 그대로 베껴 학원에서 가르치고, 교습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 업로드했다는 이유에서다. 안무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첫 소송이다. 1심과 2심은 학원 측이 안무가에게 수강생 32명 학원비 약 300만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만원 등 총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중가요와 함께 수요가 창출되는 안무에 대한 수요기간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안무에 관한 저작권 침해 행위를 금지하거나 그 침해행위로 만들어진 물건에 대해 폐기를 명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래퍼 투 밀리(2Milly) 측에 소송을 당했다. 게임 아바타가 투 밀리의 '밀리 록 댄스'를 베꼈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밀리 록 댄스에 대한 저작권 등록부터 하라"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학회는 방송‧전송 등을 통해 노래 수익이 발생했을 때 안무 저작권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안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활성화하고 안무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게 학회 측 계획이다.
함석천 부장판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안무가 없는 K-팝, 뮤지컬, 뮤비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며 "안무작가들이 당당하게 창작자로서 자기 이름을 알리고 대중이 폭넓고 편하게 안무를 즐기도록 시장 참여자들이 창작자와 함께 고민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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