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거래(B2B)부터 기업·이용자 간 거래(B2C)까지, 대화형 서비스에서부터 기존 서비스에 생성 AI를 녹이는 것까지, 여기에 데이터센터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올라운드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마친 회사는 네이버가 유일합니다."
네이버가 차세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며 폭넓은 사용성을 강조했다. 네이버가 검색·쇼핑·예약·지도·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기업·소비자 차원에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사용성을 바탕으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권을 쥔 초거대 AI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단(DAN)23'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검색은 물론 쇼핑, 길 찾기, 예약, 리뷰, 결제까지 사용자 여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며 "네이버는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플랫폼이고 이러한 서비스 범위는 곧 양질의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수십 년간 경험한 사용자에 대한 이해, 서비스 운영 노하우, 기술 역량 등은 모두 생성 AI의 백본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경쟁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그간 연구한 AI 기술을 즉시 네이버의 생태계에 적용해서 대규모 사용성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네이버 쇼핑·검색 등 여러 서비스에 AI가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순차적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네이버는 B2C·B2B를 아우르는 초거대 AI 파생 서비스들을 여럿 선보였다. B2C 서비스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창작자들의 콘텐츠 제작을 돕는 글쓰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for Writing)' 등이 대표적이다. B2B 서비스로는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 네이버에 광고를 하는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내세웠다. 이와 별도로 기업이 하이퍼클로바X를 커스터마이징에 자사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클로바스튜디오', 기업의 데이터 유출 문제를 방지하는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도 이날 네이버가 공개한 솔루션이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축으로 출시할 각종 서비스.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여기에 한국어 경쟁력을 내세웠다. 네이버는 그간 하이퍼클로바X가 오픈AI의 GPT, 구글의 팜(PaLM) 등 경쟁사들의 초거대 언어모델(LLM)보다 한국어 데이터 학습 측면에서 우위가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네이버 플랫폼에 입점한 여러 업체들은 물론 하이퍼클로바X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실제 네이버는 쏘카·우아한형제들·야놀자 등 여러 업체들과 협업할 것임을 예고했다. 최수연 대표는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맥락이나 제도·법 등을 이해하고 있는 생성 AI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한다. 최수연 대표는 "아직 공개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협업을 논의하는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있다"며 "그 나라에 특화된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한다면 그 나라에서 강점이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 서비스 역시 그런 부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파라미터(매개변수) 수 등 성능과 직결된 주요 지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한국어 기준으로) 내부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GPT 3.5와 성능을 비교한 결과 75% 정도 승률이 나왔다"며 "앞으로 어떤 부분을 이용자들이 원하는지 빠르게 파악해 그 부분에 데이터를 집중 투자함으로써 시장에서 원하는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성 총괄은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은 오히려 더 큰 모델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로컬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력 측면에서 오픈AI 등 다른 유수 기업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와 함께 관련 서비스들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챗봇 서비스인 '클로바X'는 이날 오후 베타 버전으로 출시됐다. 생성 AI 기반 검색 서비스인 '큐(Cue):'는 오는 9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11월부터는 네이버 검색에도 순차적으로 통합 적용된다. 기업용 AI 솔루션인 클로바스튜디오도 10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