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를 두고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국군 전사자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10년 3월 경북 영덕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3사단 소속 고(故) 황병준 하사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황 하사의 유해는 국유단과 해병 1사단 장병들이 6·25전쟁 당시 개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굴작업을 하던 중 수습됐다.
국유단은 전사자들의 병적자료를 바탕으로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왔다. 지난해 10월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황태기씨가 최근 황 하사의 조카로 확인됐다.
황 하사는 1929년 9월 경상북도 의성군 신평면에서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큰형이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탓에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인은 1950년 5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으며 같은 해 8월 14일 영덕 전투에 참전 중 20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동해안 영덕 일대에서 국군 3사단이 부산에 진출하려는 북한군 5사단을 저지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다.
유가족은 고인이 입대 직전 약혼한 후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 살자”고 약속하고 이별했다고 전했다.
확인된 전사자의 신원을 유족에게 알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전날 대구 동구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조카 황태기씨는 “늦었지만 삼촌의 유해를 찾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에 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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