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전자주주총회 전면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전자 매체에 미숙한 주주들이 소외되는 등 주주들의 참여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현장병행형 전자주주총회를 기본값으로 하되, 일정 수준을 갖춘 상장사에 한해 전자적 방식만 사용하는 현장대체형 전자주주총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이 논의에 올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모든 주주가 온라인으로 주주총회에 출석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주주총회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오는 10월 4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전자주주총회는 코로나 시기, 주총 현장 참석이 어려워지자 주목을 받은 후 국내외 상장사 사이에서 꾸준히 확대돼왔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결산 상장회사 2267개사 중 ‘비대면 주주총회(인터넷 등 온라인)’을 병행한 회사는 현대차,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SK 등 34개사(3.2%)로 지난해 대비(28개사) 증가했다.
전자주주총회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남은 과제다. 방식은 크게 △현장대체형 △현장병행형(참가형) △현장병행형(출석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온·오프라인 주총을 함께 개최하는 '현장병행형' 중 출석, 당일 투표, 질문권 행사 등이 인정되지 않는 '참가형'만 가능하다.
주주들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상법의 본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방식이 논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원은 “주주들로서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충분한 토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에 참가함으로써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실질적으로 유일하게 보장된 권리”라고 소집지 주주총회의 의의를 판시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 협회의 설문 조사 결과 631개 상장사 중 279개사(44.2%)가 전자적 방법으로만 개최하는 현장대체형이 가장 합리적 방식이라고 답했다. 현장대체형은 오프라인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 가장 선호도가 높으나 의사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자 매체 접근이 익숙하지 않은 주주를 소외시킬 수 있고 경영진과 대면 접촉 기회가 줄어들어 소통 빈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사가 지방에 있어 정족수를 채우기 어렵거나 전자 매체에 익숙한 젊은 주주가 많다면 장점으로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Intel사가 2009년에 현장대체형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주주들의 반발을 사 2010년 현장병행형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일본은 회사법 규정 해석을 통해 기본적으로 현장병행형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새로 개정해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현장대체형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현장병행형을 기본값으로 하되 일정 수준을 갖춘 회사에 한해 현장대체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논의에 올랐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 '2023년 국정현안 대응 형사·법무정책 학술대회'에서 "현장대체형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경우 소집지 주주총회와 동일한 수준과 방식으로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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